[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정해진 가격보다 할인해서 제품을 판매할 경우 최고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제품 공급을 중단하기도 하는 방식으로 대리점 등에 비싼 판매가격을 유지하도록 강요해 '무할인 전략'을 고수해 온 외국계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이 회사의 독일제 압력솥은 고가의 명품 압력밥솥으로 알려져 시중에 49만원에 팔렸지만 수입원가는 약 10만원에 블과했다. 약 5배를 뻥튀긴 셈이다.
공정위는 21일 국내 주방용품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제한한 독일계 기업 휘슬러코리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7500만원을 부과했다.
고가 압력솥·냄비·프라이팬·전기요리판 등의 주방용품을 독점수입·판매하는 휘슬러코리아는 독일 국적 Fissler의 100% 출자 국내 자회사다.
휘슬러코리아의 2011년 매출은 545억원으로, 대리점이나 특약점을 통한 방문판매가 매출의 44.2%를 차지한다. 이 밖에 백화점·할인점(36.8%), 홈쇼핑(19.0%) 등의 유통경로로 판매되고 있다.
휘슬러는 2007년 5월부터 7월까지 압력솥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지정해 방문판매 형식으로 자사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대리점, 특약점 등에 이 가격 밑으로 파는 것을 금지했다.
2007년 5월 각 대리점과 특약점, 영업사원 등에 보낸 문서에서 규정된 소비자 가격을 지키지 않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취급하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통보한 것.
구체적인 제재 기준은 1차 적발 때는 경고와 벌금 100만원을 부과하고 2~4차 때는 벌금 200만원에 제품 공급가격을 1~5% 인상한다. 그리고 5차 적발 때는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고 규정했다.
영업사원은 3차 적발 때 퇴사, 특약점은 3차 적발 때 계약 해지를 각오해야 했다. 대리점 소속 특약점에는 특약점 개설 승인 시 할인판매나 다른 유통망으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서·각서를 받기도 했다.
특히 2011년 7월부터는 대리점과 특약점 대표 등으로 이뤄진 덤핑방지자정위원회를 두고 서로 위반행위를 적발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리했다.
대리점은 소비자가격 준수 정도에 따라 A∼D등급을 부여해 D등급은 `무기한 출고정지'나 `퇴출' 등의 제재를 가했다. 지정 가격을 어기고 할인판매 하거나 외부 유통망으로 제품을 유출시키는 경우에는 벌금 100~500만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실제로 벌금이나 제품공급 중단 등의 제재를 받은 대리점ㆍ특약점이 전체 49개 가운데 19개에 달한다.
이렇게 해서 이 회사는 10만원대의 압력솥을 약 50만원에 판매했다.
`프리미엄 솔라'(1.8ℓ) 압력솥의 수입원가는 10만4000원이지만 소비자 판매가격은 49만원으로 유통마진이 38만5000원(78.8%)에 달한다. 방문판매원 수당(30%)과 요리시연 강사수당 등(15%)을 감안한다고 해도 할인판매 여지가 충분히 있었지만 가격은 할인될 수 없었다.
공정위는 휘슬러가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29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제재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고병희 경쟁과장은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는 유통점들의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살 기회를 봉쇄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