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오세훈 '디자인서울' 가판대 '애물단지' 전락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디자인 서울' 정책의 일부로 198억원을 들여 만든 신형 가판대들이 창고에 방치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지난 2년간 서울시내 가판대 상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장사를 접으면서 가판대도 2년 새 전체의 9.3%에 달하는 244개가 철거돼 창고 등에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부터 1년여에 걸쳐 도시 미관을 개선하겠다며 200억원 가까이 들여 시내 가판대 모두를 신형으로 바꿨는데, 상당수의 가판대가 철거되고 제대로 재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 서울시가 시의회 장환진(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개당 평균 756만원씩 총 198억1900만원을 들여 2009년부터 2010년 3월까지 제작, 공급한 신형 가판대 2620개 중 9.3%인 244개가 교체된지 2~3년만에 허가가 취소돼 철거되거나 창고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허가취소 건수를 보면, 2011년 107개, 지난해 122개로 해마다 100여개가 허가취소됐으며, 올해도 15일 현재 벌써 15개가 철거됐다.

허가취소 사유는 장사가 안돼 업주 스스로 운영을 포기한 경우가 180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인 셈이다.

재산 2억원을 초과한 경우(26건), 운영자 사망이나 행방불명(16건), 불법 전매ㆍ전대(11건), 벌점 100점 초과로 인한 삼진아웃(9건) 등 허가조건을 벗어나서 철거된 것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새로 만든 지 2~3년 만에 방치되는 가판대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은 경기 탓이 크지만, 시가 경제상황과 자연 증감 등을 고려한 기본적인 수급계획이나 시범운영 없이 속전속결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가취소된 신형 가판대 244개 중 125개는 서남물재생센터와 자치구 창고에 보관 중이거나 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또 119개는 그나마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자치구 등에 임대해 관리 창고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지만 유상임대를 희망하는 기관이 한 곳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무상임대를 하고 있는 경우다.

장 의원은 "세밀한 수급계획을 세우지 않고 전시행정을 한 전임 시정이 문제지만 현재 가판대를 실효성 있게 재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생색내기용 임시방편으로 무상임대 처분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