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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전 미라서 '국내 첫 학계 정식 보고 기생충 감염' 비밀 풀려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1993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학계에 정식 보고된 기생충이 500년 전에 생존했던 미라에서 발견돼 기생충 감염의 비밀이 풀리게 됐다.

단국대의대 해부학과 서민 교수팀은 2011년 2월 충남 삽교읍의 회곽묘에서 발굴된 16세기 중년 남성의 미라에서 대변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참굴큰입흡충(Gymnophalloides seoi)' 유충(알)이 검출됐다고 24일 밝혔다.

참굴큰입흡충은 지난 1988년 급성 복통으로 병원에 온 환자에게서 처음 분리해낸 것으로, 학자들은 서울의대 기생충학과를 처음 만든 서병설 교수를 추모하기 위해 학명 뒤에 '서(seoi)'라는 이름을 넣어 명명했다.

이후 학계에서는 추가 역학조사를 벌여 이 기생충의 중간숙주가 '굴'이고,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만 유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기생충을 굴에 퍼뜨린 종숙주가 이 지역의 철새 중 하나인 '검은머리물떼새'라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미라에서 이 기생충이 나온 것은 지난 2006년 8월 경남 하동서 발굴된 17세기 여성 미라가 처음으로, 당시 연구팀은 신안과 멀리 떨어진 하동에서 참굴큰입흡충이 검출된 것을 두고 이 기생충이 과거에는 훨씬 넓은 지역에 걸쳐 유행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추후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지 않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었다.

연구팀은 하동의 미라보다 100년이나 앞선 이번 충남 삽교에서의 기생충 발견으로 참굴큰입흡충의 유행지역이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은 물론 500년 전의 국내 기생충 질환 감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서민 교수는 "500년 전에는 참굴큰입흡충의 종숙주인 검은머리물떼새가 한반도 중부까지 올라와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현재 삽교읍 일대에서 참굴큰입흡충 유충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점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이 철새가 남해안에만 머물다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 교수팀은 이 결과를 미국기생충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THE JOURNAL OF PARASITOLOGY) 최신호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