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신용카드 불법모집 신고에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제'를 도입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불법행위 적발을 우려해 카드 모집인이 줄어든데다 이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져 실적이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파라치는 신용카드 불법모집의 증거를 포착해 여신금융협회, 금감원, 카드사에 신고하면 심사를 거쳐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25일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등에 접수된 카드 불법모집 신고는 15건 정도다.
`카파라치'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 12월에 8건 접수됐고, 올해 1월에도 7건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거리 모집, 과다 경품 제공, 타사 카드 모집, 미등록 모집, 종합카드 모집 등을 신고한 카파라치는 건당 10만~2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으며, 연간 최대 1000만원까지 타낼 수 있다.
그러나 카드 불법 모집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카드 불법 모집과 관련해 이달까지 카드사에 걸려온 전화 문의만 300여건에 달하지만 정식 신고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파라치 신고는 사진, 동영상, 녹취록, 가입신청서 사본, 경품 등 불법 모집 증거를 확보해 20일 안에 해야 한다. 신고 포상금만 전문으로 노리는 사람 외에는 대체로 신고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억울하게 카드 불법 모집에 당하고서 꼼꼼하게 서류를 챙겨 신고한 사례도 있지만 카드 불법 모집과 관련해 포상금을 타내려면 카드 모집인에게 함정을 파놓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파라치제를 시행하면서 카드 모집인이 불법 행위를 스스로 자제해 신고할 필요가 없어진 면도 있다"면서 "포상금 문의 가운데 블랙컨슈머도 있어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파라치제 도입과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카드업 위축으로 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11월에 4만명에서 최근 3만여명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한 카드 모집인은 "카드를 발급받게 하려면 사은품 등 경품 없이는 안 되는 게 관행인데 하루 아침에 갑자기 단속하고 카파라치제까지 도입해 일터를 떠난 동료가 많다"면서 "요즘처럼 불황기에는 새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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