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의 자금을 빼돌리고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지 10년 만에 다시 수감되게 됐다.
반면 동생인 최재원(50) SK그룹 수석부회장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횡령 등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보석 상태였던 김 전 대표는 선고공판 직후 재수감됐다.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관리를 주도한 점이 유죄로 판단된 장모(54) SK㈜ 재무팀장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31일 최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중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편취한 혐의는 무죄로 각각 판단, 징역 4년을 선고하고 곧바로 법정구속을 집행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사유화한 최태원 회장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19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도해온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려 참으로 심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판시했다.
또 "최 회장은 재판 중에도 책임의 무거움에 대해 진실하게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관용에 앞서 엄정한 대처의 당위성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회장이 SK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 계열사가 받을 충격,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신중을 기했다"며 "하지만 사업 영역의 무리한 확장과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대기업의 폐해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없듯이 (판결 여파를 고려해) 낮은 양형을 정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서 판결 이유를 설명하면서 "SK그룹 주력 계열사가 내부 검토없이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자금을 출자했고, 이를 최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조직인 주식회사 SK 관재팀이 주도했다"며 "계열사가 베넥스 펀드에 출자한 자금은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비자금 부분에 대해서는 최 회장의 개입이나 영향력이 없더라도 비자금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객관적 증명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작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6~2010년 비자금 139억5천만원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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