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1월 소비자물가가 1.5% 오르는 데 그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으로 1%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으로 2%대 미만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 때의 고물가에 대한 우려 대신 이제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통계청이 1일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오르는 데 그쳐 지난해 12월 미국(1.7%)과 독일(2.1%)보다 낮았다.
또 3개월 연속으로 1%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으로 2% 미만인 것은 1999년 1월~2000년 2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떨어져 소비와 생산 활동이 위축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김정관 종합정책과장은 "총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상황이라 그럴(디플레)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안형준 물가동향과장은 "1999년은 외환위기 직후 확연하게 디플레이션이 나타난 시기지만 지금 경기상황이 그렇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로 0.6% 오른데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전달보다 0.4% 올라 2011년 12월(0.4%)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물가 하락을 이끌었던 '무상보육' 등 정책효과가 사라지면, 물가상승을 억제하던 힘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형준 과장은 "작년 3월 시작된 무상보육으로 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0.5%포인트 낮아졌는데 올해 3월부터는 이 효과가 사라져 그만큼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3~4세 무상보육 확대로 3월부터 물가상승률이 0.2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총 0.2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1.4%로 다섯 달째 상승률이 같았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와 전월 대비로 모두 0.8%씩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6.1%, 전년 동월 대비 9.3% 오르는 등 크게 올랐다. 신선채소가 전월 대비로 12.3% 급등했고, 신선과실은 4.4%, 신선어개는 0.7% 올랐다.
지출 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이 전달보다 1.9% 올랐고, 보건 부문이 0.9%, 주류·담배 부문이 0.7% 상승했다. 의류·신발, 통신, 오락·문화 부문은 보합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기타상품·서비스(-4.3%)와 통신(0.0%)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올랐다.
품목 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전월 대비로 3.3%, 전년 동월 대비로는 2.1% 상승했다.
주요 품목을 보면, 배추(26.0%), 피망(45.3%), 당근(44.7%), 오이(23.3%) 등이 전월 대비로 크게 오른 반면 굴(-10.9%), 무(-7.3%), 돼지고기(-1.5%) 가격은 내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배추(232.2%), 파(91.6%), 양파(56.2%), 당근(123.1%) 등 채소 가격이 폭등한 반면 돼지고기(-24.3%), 고춧가루(-14.7%), 귤(-9.9%)은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전월 대비로는 0.1%, 전년 동월 대비론 1.3%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 식용유(9.7%), 소주(6.6%), 수입승용차(3.0%)가 올른 반면 김치(-5.3%)는 내렸다.
서비스 부문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이 중 전체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로 3.2% 올라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전세는 전년 동월 대비 3.7%, 월세는 2.1%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시내버스료(6.0%), 전철료(12.5%), 하수도료(14.0%) 등이 크게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0.8% 올랐다. 특히 고등학생 학원비(8.7%), 중학생 학원비(6.8%), 초등학생 학원비(4.4%) 등 사교육비가 많이 올랐다.
16개 광역시도별로는 울산(1.1%)이 전월 대비로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고, 부산·경기·대전·광주 등 10개 시도는 0.6~0.7% 올랐다. 서울·충북 등 5개 시도는 0.4~0.5% 상승했다.
기재부는 채소류 가격과 전기요금이 올랐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돼 1%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으며, 물가 안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겨울철 농산물 수급불안과 국제곡물가의 변동성 등은 우려했다.
기재부 성창훈 물가정책과장은 "유가ㆍ환율 인하 효과가 가공식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에 반영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당한 가격 인상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