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묻지마' 즉시연금 가입자 폭주… 후유증 우려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이달 중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는 '즉시연금' 가입이 폭증하면서 은행 창구 판매가 모두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은행과 보험사의 절판 마케팅으로 즉시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묻지마 고객'까지 몰려든 탓에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집어넣고 매달 월급처럼 연금을 받는 금융 상품으로 재테크용 상품이 아니라 은퇴 이후를 대비한 노후용 상품이다. 장기상품인데, 중도해지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도 많지 않다.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이같은 것을 알고 가입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가입 열풍으로 인해 노후 대비용 즉시연금이 절실한 50대 중후반보다 30~40대가 즉시연금에 몰리는 기현상이 발생해 노년층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오는 15일부터 상속형 즉시연금에 대해 2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즉시연금 가입 광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즉시연금 가입자의 80% 이상이 2억원 이하여서 대부분 세법 개정과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이에 대해 일부 은행과 보험사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고객들에게까지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즉시연금 가입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즉시연금 판매 수수료가 높아 '절판 마케팅'을 충분히 할 만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은 2월 들어 하루 만에 5200억원 정도 팔려나간 데 이어 4일 오전에는 은행 창구 문을 열자마자 800여억원어치 계약이 쏟아지면서 월 소진 한도인 6000여억원을 단 2영업일만에 모두 채워 4일 즉시연금의 은행 창구 판매를 중지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달 세법 개정이 어떻게 될지 눈치를 보다가 2억원 초과 상속형 즉시연금에 과세한다는 방침이 정해지자 가입이 폭주했다"라면서 "2월 1일 하루에만 5000억원 넘게 들어와 더는 은행 창구에서 받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한생명은 이미 지난 1일 은행 창구를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고, KDB생명도 4일 동참했다.

즉시연금 가입액은 이같은 폭발적인 판매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3조원을 넘어섰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즉시연금은 재테크용이 아니라 은퇴 이후를 대비한 노후용 상품"이라면서 "장기 상품인데다 중도 해지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헙사 입장에서도 즉시연금을 통해 뭉칫돈이 들어오는 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보험사에 실적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으나,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보장한 금리만큼 투자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역마진'으로 인해 보험사가 경영 압박을 받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부터 이미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악재 속에서는 즉시연금으로 약속한 금리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즉시연금에 변동 금리가 적용되더라도 시중은행처럼 바로 낮아지기 어려워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즉시연금은 은행 창구 가입이 막혔지만, 보험설계사를 통하면 오는 14일까지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