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든펜 이야기 2
한파가 지속되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몹쓸 감기가 2주나 괴롭히면서 나을 듯 말 듯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던 차였고 비염 섞인 목소리가 조금은 부담됐지만, 우드토피아를 찾아가는 기자의 발걸음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 그만큼 우든펜은 참 매력적인 소재였다. 이날 우드토피아 황기준 대표를 만나 우든펜 제작과정을 살펴보기로 했으며,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소할 작정이었다. 우든펜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며 처음 찾아간 지 일주일만에 “아이들이 좋아해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박한 아이 아빠 황기준 대표를 다시 만났다. -편집자주
황기준 대표의 본업은 인테리어 기술자였다. 처음 목공방을 접하게 된 것도 사실은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다. 1997년 동갑내기 친구가 홍대 가구거리에 목공방을 오픈했는데, 당시 인테리어를 맡아서 해준 것이 ‘목공방’과의 첫 인연이었다. 목공 일이 인테리어 일과 전혀 무관하지도 않았고 점점 재미도 느끼게 되면서, 어느새 목공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단다. 그래서 그는 사업장 안에 목공 장비들을 하나씩 갖춰나갔고, 취미가 부업이 되고 결국 본업이 됐다. ‘우드토피아’라는 상호는 2005년에 처음 사용했다. 사업장 규모를 조금씩 넓혀가며 이전을 반복하다가 현재의 양평동에 터를 잡은 것은 2010년의 일이다. 사실 이때부터가 인테리어 보다는 공방 일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다. 실제 공방장으로서 황기준 대표의 삶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으며 그만큼 사업적인 꿈도 높다.
공방을 하게 된 계기는
다들 꿈을 꿉니다. 전원생활이나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서 쓰는 취미 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죠. 1997년 당시 홍대 가구거리에 친구가 공방을 열었을 때, 그곳 인테리어를 해주면서 목공을 접하게 됐고, 목공의 매력을 많이 느끼면서 내 마지막 직업은 공방이라는 생각을 늘 해 왔죠.
공방의 매력 중 가장 큰 것은
목공 자체가 재밌는 일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아빠가 목공하는 모습을 너무 좋아해요. 가족들은 제가 뭔가를 집중해서 만들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하네요.
솔직히 공방이 사업적으로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내 공간 안에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일에 집중할 수도 있고 자아성취도 매우 큽니다. 특히 직접 만든 물건을 납품해서 고객이 만족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국내 공방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1997년 IMF가 오면서 이 분야가 침체 됐었어요. 이후로 7~8년 동안의 침체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여유나 시간이 있으면 꼭 해보고 싶은 취미에 ‘목공’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나무를 다루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잠재적인 전망을 높게 봐도 될 듯합니다.
우든펜을 다루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원목을 다루고 가구를 짜맞추는 일을 추구하다가 목공을 본업으로 생각하는 시점에서 우연찮게 우든펜을 접하게 됐어요. 공방 오픈 홍보를 위해 교육 행사를 진행하는데 ‘우든펜’을 만드니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우든펜에 쉽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순수원목 가구를 만드는 데는 실질적인 공간이나 시간적인 제약이 많은데 반해, 우든펜은 기술만 있으면 베란다 공방에서도 장비를 갖춰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대중적인 저변 확대에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미취학 아동이나 연세가 있는 분도 가능한 작업이예요. 물론 모든 목공기계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든펜 제작에 사용되는 목공기계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요. 안전 교육만 잘 받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물이 빨리 나온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일 겁니다.
우든펜의 대중화 현황은
예전에는 소수 마니아층에서만 하던 일이었는데, 이젠 저변이 많이 넓어져서 동호인 수도 많아졌어요. 아마 목공 관련해서는 대중화 속도가 가장 빠르지 않은가 싶습니다. 저변이 확대되면서 작품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만의 스타일도 나타나고 있어요. 사실 우든펜은 해외 문화를 가져온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우리만의 손동작과 감각, 우리의 전통문화를 만나면서 독특한 가치로 발전되고 있죠. 옻칠, 자개, 단청 등을 활용해서 독창적인 펜을 만들고, 이 작품들이 공모전에서 입선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대중화 만큼이나 이 분야의 고급화와 전문화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봅니다. 우든펜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작품을 만드는 전문가들의 경우 매우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해서 인내와 끈기가 많이 요구됩니다.
지금 우드토피아의 꿈은
공방지기라면 공방을 회원제 클럽으로 가져가고, 다들 우드카페를 실현하려는 것이 목표일 겁니다. 이는 공방에 목공 작업만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회원간 유대관계를 맺고 커뮤니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실제 직장인들은 일주에 한두 번 와서 목공 작업은 물론 회원간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생활의 활력소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공방은 그들에게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구인 거죠.
공방 한켠에 작업에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 책도 읽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카페같은 공간을 넣을 계획입니다. 우든펜을 전문적으로 하다보니 다른 공방보다 좀더 수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도 교육이나 회원 이용 시간에 3시간 기준으로 두 번 정도 티타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좀더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주말 입문과정의 경우 실전 위주 교육을 통해 하루만 수강해도 우든펜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과정을 하루에 다 배운다는 것은 기능적으로는 허술함을 많이 포함할 수밖에 없어요. 좀더 다양화하고 좀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_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우드토피아 우든펜 교육과정
“나의 펜을 만나다”
우드토피아에서는 매월 1회 토요일을 정해 우든펜 입문교육과정 ‘나의 펜을 만나다’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하루만에 우든펜 제작을 위한 모든 기능을 익히고 숙련하기는 힘든 일이다. 다만 하루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면 제작과정 전반을 알게 되고 우든펜을 스스로 제작할 수 있는 실전 위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교육했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경우 교육 효과가 떨어져 현재는 7명 정도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마치는 것이지만 교육이 늦어지면 9시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오전에는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는 교육생도 적지 않아 조금 늦게 오는 교육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기 소개 및 목공기계 설명 위주로 진행된다. 오후에는 실전 교육이 진행되는데, 하루 동안 샤프와 볼펜 두 가지 작품을 만들어 가져가게 된다. 이날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는 칼을 쓰는 요령과 선반에 세팅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교육 중간에 쉬는 시간 겸 교육생간 대화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간식 및 티타임을 여러 번 가진다. 공방을 찾는 목적이 오로지 목공 작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소신 때문이다. 수강료는 재료와 중식을 포함해서 5만원이다.
주말 시간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평일 이틀간 세 시간씩 진행되는 교육 과정도 마련해두고 있다. 평일 입문 과정의 경우 맨투맨으로 진행되며 교육비는 10만원이다. 기타 가구회원 등 공방 사용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각종 회원제가 마련돼 있으므로 자세한 것은 우드토피아로 문의하면 된다.
펜만들기 체험 및 홍보 판매 행사
영등포 ‘달시장’에 가다
영등포 ‘달시장’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달이 뜰 즈음, 하자센터 앞마당에 지역주민과 예술가, 그리고 영등포의 사회적기업가들이 함께 모여 비우고 나누는 달달한 마을시장이다.
아트마켓과 문화공연, 벼룩시장, 문화예술워크숍 등 함께 어울리며 서로가 있어 주인공이 되는 즐거운 마을축제이다.
영등포를 주소지로 가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장사를 하거나 기업 활동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장터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동네 음악가, 미술가, 놀이전문가 등 솜씨 좋은 장인들이 준비한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고, 책이나 장난감 등을 들고 나와 팔고 나누며 경제 감각을 익혀볼 수도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하려는 계획이나 처음 만들어본 작품을 내놓고 장꾼들의 반응을 받아보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족과 금요일 저녁 마실 나온 어른들은 문화예술품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아트마켓의 상품이나 벼룩시장의 생활물품들을 구매하기도 하며, 한켠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서 저녁식사도 하기도 한다.
영등포 지역 공방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솜씨를 뽐내거나 나누는 워크숍을 열 수도 있고 회원모집이나 제품 판매를 할 수도 있다.
영등포 ‘달시장’은 사람 사이 돈이 아니라 마음과 흥겨움으로 만나는 마을장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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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든펜 |
전시회 참여 시연 행사 / 학여울역 SETEC에서 진행됐던 2012년 DIY&REFORM SHOW에 전문목공장비 제트 파워매틱 공식 수입업체인 SONG산업과 함께 참여했다. 전시회에 관람객들에게 우드펜을 소개하고 공연과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