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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가격 줄줄이 상승… 환율 이어 한국경제 악재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연초 들어 미국과 중국이 연초부터 긍정적인 경기지표를 쏟아내면서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불안 요인이 불거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해지기는 했지만 세계 경기는 전반적으로 회복 추세에 있어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 상승세가 예상돼 환율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국제원자재가격(CRB)지수가 303.99포인트로 작년 말 이후 한 달 새 2.9% 올랐다.

원자재 가운데 원유와 니켈, 옥수수 등은 6%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7.49달러로 한 달만에 6.2% 올랐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4.5%, 중동 두바이유는 2.8% 각각 상승했다.

원유는 경기 회복 기대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커진 것과 함께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의 전운이 고조되며 공급 측면의 상승 요인이 힘을 더했다.

비철금속 중에는 니켈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니켈은 지난달 말 t당 가격이 1만8465달러로 작년 말보다 7.6% 올랐고 주석은 t당 2만5100달러로 7.2% 상승했다.

또 아연 4.7%, 납 4.3%, 구리 3.6%, 알루미늄 1.9% 등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표 곡물인 옥수수는 지난달 말 부셸(Bu)당 7.40달러로 한 달만에 6.0% 올랐고 소맥은 부셸당 7.79달러로 0.2%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 상승은 원유 가격과 관련돼 있다. WTI가 세자릿수에 근접하자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옥수수 가격이 함께 오른 것이다.

동양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WTI 가격이 강세를 띠자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며 자연스럽게 옥수수 가격도 함께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뛴 것은 올해 들어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지표가 개선되며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면서 14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 지출과 기업 설비투자 등 민간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미국 경기가 회복할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또 주택·고용시장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중국의 1월 HSBC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지수는 51.9로 2년만에 최고였다. PMI가 50 이하면 경기 위축을,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뜻하는데, 중국의 HSBC 제조업 PMI는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값은 약보합세다.

금값은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말 온스당 1660.60원으로 한 달 새 0.8% 떨어진 채 마감했다.

우리선물 김영정 연구원은 "금 수요가 막대한 인도가 최근 수입관세를 도입해 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글로벌 금융규제인 '바젤Ⅲ' 도입이 지연되며 은행의 수요가 감소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동 불안이 다소 완화되고 유럽 정치불안 요인이 부각돼 일부 원자재 품목의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이달 4일 현재 CRB지수는 302.91포인트로 지난달 말보다 0.4% 내렸다. WTI는 지난달 말 97.49달러에서 이달 4일 96.17달러로 떨어졌고 옥수수, 주석 등의 가격도 다소 내려갔다.

경제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G2의 경제지표 개선과 유럽, 일본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훈풍'을 타고 제한적이나마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떨어진 것은 그나마 부담을 줄이는 요소이지만 한달새 원자재 상승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우리선물 김영정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경기 회복 전망이 원자재 가격 변동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며 "특히 원유는 세계 경기 회복 측면에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원자재 가격 마지노선을 WTI 가격 기준 105달러 정도로 보고 있는데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WTI 가격은 배럴당 97.49달러였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선임연구원은 "아직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가 세계 경기 회복세를 꺾을 만큼은 아니지만 경기회복 속도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원화 강세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상쇄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유가가 계속 오르면 원유 수입 비중은 크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상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금값은 지난달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이 양적 완화 조치를 계속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해 헤지를 위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승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금 수요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