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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10곳 자본잠식률 70% 넘어… 추가 영업정지 우려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지난해 저축은행 16곳 중 4곳이 자기자본을 모두 날리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곳은 영업정지됐고, 1곳은 조만간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한 곳은 영업정지는 면했지만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하다.

나머지 12곳 중에서도 자본잠식률이 70%를 넘는 곳이 6곳에 달하는 데다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연내 추가로 퇴출당하는 저축은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적이 공시된 16개 저축은행 중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신라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 서울저축은행 등 4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완전자본잠식이란 잉여금이 바닥나 자기자본이 마이너스가 된 것을 의미한다.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부채로만 회사를 꾸려가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외부에서 돈을 구하지 못하면 도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들 4곳 저축은행 중 서울저축은행과 영남저축은행은 지난 15일 영업정지됐다.

신라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번 퇴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경영진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일본계 금융회사인 SBI홀딩스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하고 지난 13일 금융위에 경영권 인수 신청을 한 상태다. 다행히 영업정지의 위기는 면했지만, 업계 1위 은행이 일본계에 넘어가게 됐다.

문제는 나머지 12곳 중에서도 6곳의 자본잠식률이 위험 수준인 50%를 훌쩍 넘겼다는 것이다.

현대저축은행은 자본잠식률이 92.0%에 달해 완전잠식 직전에 놓였다. 해솔저축은행은 82.5%, 한울저축은행은 79.3%, 신민저축은행은 77.7%, 스마트저축은행은 77.5%, 골든브릿지저축은행은 73.2%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했다.

신민저축은행은 2반기 연속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지난 14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없다면 연내 퇴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저축은행은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높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한 상태다.

현대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대주주인 현대증권에서 1200억원 유상증자를 받았다"며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영업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은 현대스위스, 현대스위스2, 신라, 신민, 영남, 서울, 해솔, 푸른, 한울, 대백 저축은행 등 1년 전보다 4곳 늘어난 10개에 달했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곳 중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은 현대스위스, 신라, 신민, 영남, 서울, 한울 등 6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