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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에는 목재 팔지 말라고 했다”

산지사정 더욱 악화…국내경기가 관건 ‘오리무중’

 

지난 1월을 중심으로 올해 봄 시장에 목재공급이 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월 들어 이와 같은 전망의 요인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올봄 목재공급 사정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하지만 섣부른 재고확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2월초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계속되고 있는 주택경기 호황과 일본의 지진복구 수요 등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주요 목재수입국인 캐나다의 목재공급 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여파가 이제는 유럽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한 목재수입업체 대표는 “미국의 주택경기 호황과 일본의 지진복구 수요가 겹치면서 구조목 산지가격이 등급에 상관없이 30% 가까이 인상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에 SPF 사용이 중단되면서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유럽에까지 이런 현상이 전이되고 있다. 동유럽의 한 회사에서 그동안 한 달에 30~40컨테이너의 데크재를 수입해 왔었는데, 지금은 공급량 부족으로 3개월에 12컨테이너로 줄어들어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더욱 큰 문제는 지금의 상황은 중국이 아직 손도 벌리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 이후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공급량 부족은 더욱 심각해 질 게 분명해 보인다”면서 “국내 시장은 지금 경기침체로 인해 이와 같은 사정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지만, 공급량이 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설 전에는 물건 팔지 말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고 전했다.


최근 열흘 간의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 온 현성종합목재 성기연 사장은 “산지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고 있다. 특히 OSB 가격은 500달러/㎥까지 올라가 있다. 구조재 가격 또한 최근 30% 이상 올라가 있었는데, 6개월 전과 비교하면 40~45%까지 오른 가격이다”면서 “더 큰 문제는 매입을 하려고 해도 물건이 없는 상황이고, 구조재의 경우는 구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 변동 폭이 10% 미만이지만 유럽까지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며 “동유럽 제품이 최근에는 미국과 특히 영국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국내 OSB 재고는 이미 부족한 상황이고, 기존 SPF 물량을 대체하지 못하는 방부목도 마찬가지다”면서 “최근 국내 시장에서 채널사이딩을 1억원 넘게 매입했다. 올봄 시장을 대비해 재고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섣부른 재고물량 늘리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인천의 한 수입업체 사장은 “(봄 공사를 위한) 주문과 문의가 작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며 “현재 국내 재고량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국내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공급이 어렵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분석했다.


삼익산업 김진호 이사는 “재고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물량을 발주했어야 할 지난 연말에 산지가격이 많이 올라가 주문량이 줄어들었지만, 지금쯤은 수입업체들이 기본물량 확보를 마쳤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캐나다산 OSB다. 미국산은 작년 말부터 이미 국내시장에서 없어진 상황이며 캐나다산도 조만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APA(미국임산물협회) 인증을 받은 브라질산 OSB를 수입해 놓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