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중소·중견기업의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순전히 중견 및 중소기업의 투자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올해 대·중소기업간 투자 양극화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돼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정책금융공사, IBK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총 설비투자액은 7조7042억원으로 2011년(8조7597억원)보다 무려 12.0%(1조555억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은 이보다 더 해 14조222억원으로 2011년(17조4734억원)보다 무려 18.7%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 및 중견기업을 합치면 26조2331억원에서 21조9064억원으로 1년새 16.5%(4조3267억원)가 줄어들었다.
반면 대기업은 2011년 105조5402억원에서 지난해 107조7991억원으로 오히려 설비투자 규모가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인 지난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1.8%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중소 및 중견기업의 투자 감소가 원인이었던 셈이다.
전체 산업에서 중소 및 중견기업의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비중은 2011년 6.6%에서 작년 5.9%로 0.7%포인트 떨어졌고, 중견기업은 13.3%에서 10.9%로 2.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대기업은 2011년 80.1%에서 2012년 83.1%로 3%포인트 올라갔다.
이같은 설비투자 양극화 현상은 올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분석한 올해 예상치를 보면, 설비투자 규모는 전체적으로 1.4% 감소하는 가운데 1.0% 줄어드는 대기업과 3.7% 증가하는 중견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16.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비중은 대기업이 83.1%에서 83.4%로 커지는 반면 중소기업은 5.9%에서 5.0%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격차가 더 크다.
대기업의 제조업 설비투자 비중은 2011∼2013년 81.1%→83.8%→85.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중견기업은 9.5%→8.5%→8.4%로, 중소기업은 9.4%→7.7%→6.6%로 작아진다.
IBK경제연구소가 매달 조사해 집계하는 중소제조업 설비투자 실시 기업 비중 역시 2010년 16.9%, 2011년 16.8%, 2012년 16.6%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박주영 수석연구원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자금 지원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투자유인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