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신용의 증가세가 한 풀 꺾이면서 지속적인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총액은 960조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계대출은 사상 처음을 900조를 돌파했으며,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내놓은 `2012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23조6000억원 증가한 959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여기에다 금융권 이자를 더하면 가계부채가 된다.
이 중 가계대출은 900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900조원을 돌파했다. 판매신용도 58조8000억원에 달했다.
4분기에만 가계대출이 19조9000억원, 판매신용은 3조8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또 4분기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 증가세가 2분기 5.8%, 3분기 5.4% 등으로 계속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4분기 GDP가 0.4% 증가라는 점에서 경제 성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2분기 5.7%, 3분기 5.3%, 4분기 5.1%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신용판매 증가율은 2분기 6.5%, 3분기 6.8%, 4분기엔 7.4%로 계속 높아졌다.
가계대출에서 예금은행이 467조3000억원으로 3분기보다 7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취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 감면 혜택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한 192조6000억원이었다.
주택대출이 1000억원 감소했지만 기타대출은 3조5000억원 늘었다.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대부업체 등과 같은 기타금융기관 등 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MBS(주택저당증권) 발행 증가와 보험기관의 보험계약대출 증가 등으로 8조5000억원 늘어 잔액이 240조7000억원에 달했다.
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으나 기타금융기관은 10.7%나 증가했다.
3분기 예금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의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각 3.7%, 10.2%였던 것을 감안하면 두 부류 간 가계대출 증가율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이는 가계대출이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서민 금융기관에서보다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체 등에서 더 빠르게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우려된다.
판매신용에서는 신용카드회사가 4분기에 2조4000억원 증가해 3분기 증가액(1조2000억원)보다 많았다. 잔액은 46조4000억원에 달했다. 할부금융회사도 3분기(4000억원)보다 많은 1조1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엔 감소(-1000억원)했던 백화점과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의 판매신용도 2000억원 늘었다.
4분기 판매신용 증가는 연말특수 등 계절적 요인이라고 한은이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