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지난해 4분기 전국 가계의 흑자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특히 소비지출 증가율이 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적자가구 비율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득은 명목 기준으로 409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이같은 가계 소득 증가는 근로소득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은 취업자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상용근로자의 비중이 확대된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
사업소득(0.5%), 이전소득(1.9%)도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소비지출은 월평균 241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쳐 4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소비지출 증가율이 3분기 1.0%에 이어 2분기 연속 1%대에 머물렀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9년 1~2분기(-3.6%, 1.5%)를 제외하고 소비지출 증가율이 2분기 이상 1%대 이하를 지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소비지출은 73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났다.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3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많았다.
또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94만8000원이었으며,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의 비중인 흑자율은 28.2%로 4분기 기준 및 역대 분기 기준 최대였다.
이는 늘어난 소득만큼 쓰지 않아 흑자액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의미로, 일종의 '불황형 흑자'라고 할 수 있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은 71.8%로 역대 최저였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흑자율은 25.9%로 가장 높았고, 평균소비성향은 74.1%로 가장 낮았다.
흑자율 개선으로 적자가구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떨어진 22.8%를 기록하며 전분기를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득 분위별로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4.8%로 4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2~5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이번 4분기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항목별 소비지출을 보면 주거·수도·광열(9.4%)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월세가구 증가로 실제주거비가 7.2% 오른데다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가 9.4% 상승한 탓이다.
또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자동차 구매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탓에 전체 교통 지출은 7.8% 상승했다. 의류·신발도 5.2% 늘었고,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와 이동전화요금 상승으로 통신비는 2.8% 증가했다.
반면 무상보육 정책효과로 복지시설 소비가 49.7% 감소해 전체 기타상품·서비스 지출은 1년 전보다 10.5% 줄었다. 주류·담배(-2.7%), 교육(-1.4%) 등도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4분기 34만7000원을 써 전년 동기와 같았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1.0% 감소했다. 이는 물가가 올라 식료품과 음료에 쓴 돈은 늘었지만 실제로 먹고 마신 양은 줄었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를 보면, 소득은 1분위 증가율이 6.2%로 2~5분위 증가율(4.6%~5.9%)보다 높았다. 소비지출은 1분위와 3분위가 각각 0.9% 감소하고 4분위는 제자리걸음 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늘었다.
평균 소비성향은 모든 분위에서 감소했다. 특히 1분위(-6.0%포인트)와 2분위(-5.0%포인트) 등 소득이 낮은 계층의 소비성향 하락폭이 컸다.
통계청 박경애 복지통계과장은 "평균소비성향이 떨어진 것은 자산가치 하락과 부채 부담 등 경기적 영향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눠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은 5.05배였다. 2012년 연간 기준으로는 4.69배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월평균 가계소득은 407만7000원, 소비지출은 245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2.7%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면서 통신비 지출이 6.6% 늘었고, 전세 대란과 월세 급등세 영향으로 주거·수도·광열비도 5.5% 증가했다. 이와 달리 교육비는 2.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