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가 22일 우리은행의 신용카드부문을 분할해 내달 4일 `우리카드'로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카드대란' 직후인 지난 2004년 3월31일 기존의 우리카드를 우리은행으로 통합한 지 9년 만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업 카드사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에 이어 8개로 늘어난다. 불과 2년여 만에 전업 카드사가 3개나 늘어났다.
카드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경영 여건마저 나쁜 가운데 우리카드가 분사하게 돼 업체 간 과열 경쟁으로 10년 전 카드 대란이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은행의 신용카드부문 분할과 우리카드의 신용카드업 진출을 각각 의결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6일 우리은행의 카드 부문 분할을 예비 인·허가했다.
우리금융은 다음달 카드 사업 부문을 `우리카드'라는 이름의 전업 카드사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총 460여명의 인원으로 출범한다. 자본금 8463억원에, 자기자본 1조500억원으로 설립된다. 우리금융이 지분 100%를 소유한다.
현재 우리은행의 카드 부문 총 자산은 4조1131억원이다. 지난해 이용실적은 36조912억원, 발급 카드는 750만장으로 시장점유율이 6.4%와 6.5%이다.
우리카드가 출범하면 국내 전업계 카드사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에 이어 8개로 늘어나게 된다.
또 신한, 국민, 하나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4대금융지주 소속 카드 부문이 분사하면서 카드시장은 은행계 카드사와 삼성, 현대, 롯데 등 기업계 카드사로 두 축을 이루게 돼 카드시장을 둘러싸고 업계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2분기 이용실적 기준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가 20.8%로 1위였고, 삼성카드(14.18%), 현대카드(13.3%), 국민카드(12.7%) 순이었다. 롯데카드는 8.8%, 농협카드는 6.78%, 하나SK카드는 3.8%, 외환카드는 2.8%로 분점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시장 점유율이 6.3%라 전업 카드사로 진입하면 롯데카드, 하나SK카드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카드는 분사 후 신용카드 중심의 시장구조를 탈피해 하이브리드 기능을 탑재한 체크카드로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카드 결제한도에 부합하는 체크카드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용카드 혜택에 버금가는 체크카드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 고객을 우리카드로 유치하는 영업전략으로 체크카드 시장을 선점키로 했다.
우리카드 본사는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인근의 스테이트타워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초대 대표이사 후보로는 카드분사를 담당한 정현진 우리금융 부사장, 김진석 우리은행 카드사업 부행장, 강 원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카드는 전업 카드사로 출범하고서 체크카드 활성화에 주력하겠다고 했으나 카드업계에는 믿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카드업 속성상 체크카드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결국 신용 대출과 카드 상품 판매를 놓고 기존 카드사와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 계열에서 분사한 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도 공격 마케팅을 벌이면서 카드사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격화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03년 카드 대란으로 퇴출당한 카드사들이 모두 이름을 바꾸고 다시 무대에 올라 재대결을 펼치는 형국이 됐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현 카드 시장 구조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업 카드사가 지나치게 많아 경쟁이 치열한데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다 각종 신용 대출 규제까지 강화돼 카드 산업이 더는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라면 전업 카드사가 3~4개로 충분하다"면서 "카드사가 많아질수록 출혈 경쟁이 심해져 제2의 카드 대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