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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윤도·흡수량 ‘0’ 방부목 등장

“산화동에 담군 듯…방부목이라 할 수 없다”

 

방부목 품질 시비가 일명 ‘불량 방부목’을 넘어‘가짜 방부목’으로 곪아 터지려 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방부목이라고 할 수 없는 제품이 방부목으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가짜 방부목이 시장에 나돌고 있다는 얘기다.


‘불량 방부목’은 등급이 낮은 제품을 높은 등급의 방부목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다. 방부목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방부목 불량사용’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불거진 ‘가짜 방부목’은 제품 자체가 잘 못 돼 있는 경우로, 사용자들을 속이는 꼴이다.


최근 방부목생산자협의회(회장 강종섭)는 이와 같은 내용의 임업시험성적서 두 건을 공개했다.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발행한 이 성적서에 따르면 시험 의뢰된 두 종류 여섯 개의 방부목 시편 모두에서 침윤도는 물론 구리 및 DDAC 흡수량이 각각 0으로 나타났다.


협의회 관계자는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방부목 두 종류를 구해 임업진흥원에 시험의뢰 한 결과 침윤도와 흡수량 모두 0인 것으로 나타나 이를 공개하게 됐다”면서 “그런데 이들 제품들은 방부목 사용환경 등급은 물론 사용 약재 등 이른 바 ‘품질표시’까지 돼서 (정상적인 방부목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을 주관한 진흥원 강승모 품질인증팀장은 “정색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는 구리 성분은 아주 소량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압식 방부목은 확실히 아니며, DDAC는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표기는 H3등급 ACQ 약재를 사용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산화동 같은 곳에 담갔다가 뺀 수준으로 ‘방부목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강 팀장은 또 “요즘 이런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잘못된 유통 구조가 방부목 시장을 다 죽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의 한 대표는 “언제 어떻게 채취된 시료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침윤도와 흡수량이 모두 0이라는 시험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를 반박할 자료를 곧 준비해서 내놓겠다”고 밝혀왔다.


한편 산림과학원 고시에 따르면 H3등급 방부목은 침윤도 8㎜ 이상에 흡수량은 구리와 DDAC 합쳐서 2.6kg/㎥ 이상 나와야 한다.


아울러 오는 5월 목재법이 시행되면 규격이나 품질표시를 거짓으로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산림청장은 필요에 따라 이들 제품에 대한 생산·유통 제한명령 또는 폐기명령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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