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국세청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사흘 만에 전국 가짜 석유 제조·판매자 6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가짜 석유를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이는 가짜 석유가 우리 사회에서 뿌리깊고 지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석유관리원 추정으로는 가짜 석유로 인한 탈세규모는 연간 1조원에 이른다. 이 돈은 탈세에 그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지하경제로 유입돼 각종 불법사업 자금의 원천이 된다.
가짜 석유 불법유통혐의자 66명을 조사하면 탈세한 돈이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게 돼 굴비 엮듯 탈세범들을 색출할 수 있어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은 앞으로 차명재산 은닉, 비자금 조성, 고액 현금거래 탈루, 국부유출 역외탈세 등 정보를 활발하게 수집하고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27일 "가짜석유를 만들어 팔면서 탈세한 혐의가 있는 66명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동시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가짜 석유는 유류 판매가의 절반 정도가 세금으로 돼 빼먹을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사회 곳곳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주유소에서는 1ℓ를 팔 때 50~100원 남는 정상 제품보다 가짜 석유를 팔 때 남는 이익이 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어렵다.
유재철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가짜 석유가 우리 사회에 상당히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탈루유형은 유류세 부과대상이 아닌 값싼 용제(溶劑)를 거래자료 없이 사들이고서 가짜 석유를 제조해 유류 도매상이나 주유소 등에 몰래 팔고 대금을 친인척 등 차명계좌로 관리한 혐의가 있는 업체다.
용제는 원유 정제 때 생산되는 연산품으로 물질을 녹이는 데 사용되는 시너, 솔벤트 등이다.
값싼 난방용 등유를 경유와 섞어 저질의 가짜 경유를 만들어 무자료로 판매한 유류 도매업체, 매입한 가짜석유를 별도 비밀탱크에 보관하면서 소비자에게 정상제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고서 대금을 차명계좌로 관리한 주유소업자가 있다.
페인트용 용제를 사 가짜석유를 만들어 주유소 등 유류소매상에 무자료로 넘긴 페인트 도매업체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사례 분석 결과 업체들이 ℓ당 700원가량의 교통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형환 국세청 조사 2과장은 이번 조사에서 가짜석유 해당 업체는 물론 제조에서 판매까지 전 유통과정의 관련인 및 거래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적극 활용해 금융추적 조사를 하겠다며 "이번 조사가 이뤄지면 가짜 석유의 제조에서 판매까지 전 유통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짜 석유 유통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가짜석유 제조·판매가 확인되면 탈루세액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가짜 석유 불법유통을 시작으로 지하경제를 들춰내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세무조사 전문인력 400여명을 증원해 배치했으며 역외탈세, 고소득자영업자, 불법사채업자, 가짜 양주 등에 대한 추가 세원정보를 분석중이다.
국세청은 "복지재원이 안정적으로 조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과세 인프라를 확충하고 숨은 세원 발굴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