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보험업계의 국가유공자 채용 인원이 법적 기준을 크게 밑돌아 국가유공자 홀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사 중에서 동부화재가 국가유공자를 가장 홀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화생명, 메리츠화재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카드사와 증권사도 국가유공자 채용에 소극적이었고, 해당업계에서는 신한카드와 대신증권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은 다른 금융업계에 비해서는 채용 상태가 양호했지만, 외국계은행에서는 상대적으로 국가유공자들을 홀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기업은 규모에 따라 전체 직원 수의 3∼8% 이상을 유공자나 그 유가족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업계의 문제이기보다는 채용 우대 대상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어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식(새누리당)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매출액 상위 20대 금융사 국가유공자·유가족 의무고용 이행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20개 금융사 전체 이행률은 69%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보험사들의 의무고용 이행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공자를 가장 홀대한 보험사는 동부화재로, 법정인원 233명 가운데 49명만을 고용해 21%의 이행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한화생명(전 대한생명)도 법정 인원 303명 가운데 65명을 고용해 이행률이 21.5%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메리츠화재도 22%에 불과했다.
이어 삼성생명(29%), 삼성화재(32.2%), 현대해상(39.1%), LIG손해보험(39.7%), 한화생명(41.6%), 신한생명(46.2%) 등도 기준에 한참 못미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카드사와 증권사도 국가유공자를 홀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최대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법정 인원 235명 가운데 69명(29.4%)만 고용했고,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 이행률도 각 35.8%, 54%에 불과했다.
반면 은행권은 국가유공자들을 채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은행(104.8%)과 외환은행(102.5%)은 유공자·유가족을 법정 기준을 넘어 채용했고, 신한은행(99.5%)과 하나은행(92.7%)도 기준에 근접했다.
반면 한국에서 고금리 장사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주주 배당 등 형태로 국외로 챙겨가는 관행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외국계은행 씨티은행(60.3%)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63.9%)은 은행권에서 이행률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이들 외국계 은행보다 보험사나 카드사, 증권사는 독립유공자 배려에 더 소홀해 비판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의 금융권 취업률이 저조한 데는 채용 우대 대상을 손자녀로 제한한 탓에 대상 인원이 매우 적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어서, 금융업계를 비난하기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독립운동가가 일제에서 해방한 1945년 이전에 사망했다면 손자녀, 그 이후까지 생존했다면 자녀만 취업 지원 대상"이라면서 "이 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가 은행권 취업을 선호하다 보니 카드·보험사 의무 채용 이행률이 낮은 것이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독립유공자 손자녀의 절대다수는 이미 취업 연령을 훨씬 넘긴 만큼 보훈 대상을 증손자녀로 확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독립유공자는 자신은 물론, 후손까지 막대한 고통을 당했음에도 실질 보상 액수나 수혜 대상은 국가유공자나 민주화운동 유공자 등에 견줘 매우 불리하다는 점에서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실이 지난 26일 주관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눈물,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손자녀 가운데 35세 이하는 1.2%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