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1호'로 지목하고 조사에 착수한 '가짜석유'의 유통 형태가 주유소 등에서의 판매에서 탱크로리같은 이동판매 차량을 이용한 불특정 장소에서 팔고 빠지는 방식의 '게릴라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단속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주유소나 일반대리점 등 휘발유·경유 제품을 취급하도록 허가된 업체인 석유사업자가 가짜휘발유를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 21건으로 2008년 이래 가장 적었다.
가짜경유 적발 건수도 2010년 347건, 2011년 368건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갑자기 298건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탱크로리 같은 이동판매차량을 이용해 길거리 등에서 가짜석유를 유통하는 비석유사업자는 더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석유사업자가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건수는 휘발유 1019건, 경유 383건 등 총 1544건에 달해 석유사업자 적발 건수의 4배가 넘었다.
가짜석유 유통 방식이 주유소 등에서 용제나 등유 등을 직접 섞어 판매하는 방식에서 감독기관의 관리 밖에 있는 일반인이 불특정 장소에서 팔고 빠지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업용 도료·시너 등의 용제혼합형이 90% 이상인 가짜휘발유는 용제업소의 대규모 단속으로 2011년(1879건)에 비해 다소 줄어든 반면 경유 혼합형 가짜 경유는 48.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거에는 야간시간대 단속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공사장이나 주차장 등에서 불법 이동주유가 잦았지만, 지금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법 주유가 이뤄지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효도 관광버스, 대학 통학버스, 어린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원버스 등도 길거리 가짜경유 주유 사례가 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가짜석유 유통방식이 게릴라식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길거리 판매는 그 특성상 단속이 쉽지 않아 가짜석유 유통 근절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석유제품 수급보고전산화시스템'도 주유소 주유기에서 나오는 판매량만 집계하기 때문에 길거리 판매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또 2015년께로 예상되는 수급보고시스템 구축에 맞춰 석유관리원 단속 인력을 비석유사업자 적발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석유관리원 측은 현재 주유소 외의 장소에서 유통되는 석유제품 규모를 전체 15% 정도로 추산하면서도 불법 유통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어림잡지도 못하고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일단은 단속 인력 조정이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수급보고시스템이 도입되면 길거리 판매 등에 단속이 집중돼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