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주류전문점, 대부분 RFID 태그 미부착 수입위스키 유통… 병행수입도 탈세 온상

[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서울시내 주류전문점의 수입 위스키 상당량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RFID(무선주파수인식기술) 태그를 붙이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RFID 미부착 위스키는 대부분 면세, 또는 병행 수입한 제품으로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 산재한 대부분의 주류전문점이 RFID 태그 부착 제품 일부를 진열만 해놓고 실제로는 RFID 태그를 부착하지 않은 면세제품, 또는 병행수입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한 주류전문점 대표는 "점포간 가격경쟁으로 심해지면서 저가로 면세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현재 정상적인 RFID 부착 제품을 판매하는 주류전문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약 2000억 규모의 주류전문점 시장에서 판매되는 위스키의 90% 이상이 면세제품, 또는 병행수입 제품으로 연간 약 500억원 이상의 세액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이 소비자들이 진품확인기를 통해 가짜 양주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납품시 리베이트 제공, 탈세, 무자료 거래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위스키 제품에 RFID 부착을 의무화한 이후 유흥업소, 할인점 등 대부분 유통채널에서는 RFID 위스키 정책이 정착돼 가고 있지만 주류전문점들은 월 매출이 5000만원 수준의 영세 사업자라는 이유로 국세청의 단속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제도 정착이 요원하다.

또 무자료 거래를 통해 저가에 판매되는 면세제품 외에 병행수입 위스키에서 세금탈루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병행수입이란 동일 브랜드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제조국이 아닌 제3국이나 홍콩, 마카오 등 자유무역항의 판매업자를 경유해 국내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로, 주류제품은 1995년 주류 독점판매자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허용됐는데, 병행수입 주류제품은 해외에서 구입가격보다 수입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신고하기 위해 해외에서 환치기 수법이나 변칙적 수입대금 지급 등을 통해 세금탈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주류세가 관세, 주세, 교육세 등을 모두 합치면 97%에 달해 수입단가와 맞먹기 때문에 수입가격을 조금만 낮춰 관세청에 신고하면 탈세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불투명한 수법으로 수입된 병행제품들이 최종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부가적 설명이나 가격할인 없이 정품과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허용됐던 병행수입이 최근 수입맥주, 위스키, 보드카, 리큐르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늘어나고 있지만 수입업자나 중간 유통업자, 주류판매처만 잇속을 챙기고 정작 소비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주류와 같이 고율의 세금이 붙는 상품은 해외 구매처의 투명성과 수입단가의 적법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현재 RFID 제도나 병행수입 제도는 그 취지에 비해 실제 시행과정의 구멍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