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은행권이 지난 6일부터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고 가입자 유치에 나선 가운데 우체국, 상호금융,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조만간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고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새마을금고가 가장 먼저 관련 상품을 출시한 가운데 저축은행과 우체국은 다음주부터, 보험사는 다음달부터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는다. 금리는 4% 초중반으로 책정된다.
이들은 역마진을 감수한 은행권에 수신 기반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절박함에서 연장 가입을 하고서 중도에 해지해도 만기이자를 보장하는 등 은행권과 차별화한 '당근'을 마련해 재형저축 상품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는 2013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다음달부터 재형저축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재형저축 판매에 들어간다.
보험사의 재형저축 금리는 4% 초반으로, 최고 4.6%까지 제시된 은행권에 못 미친다. 보험사에만 있는 사업비 등을 제외하면 실질 금리는 3% 중반까지 내려가, 시기상으로 은행에 한 달 가까이 뒤지는 데다 금리 조건도 좋지 않아 가입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도 다음주 중으로 재형저축 판매에 나선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전날 저축은행의 재형저축 표준약관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으며, 표준약관 마련에 필수적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도 이번주에 마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재형저축은 오는 11일께 출시될 것으로 본다"며 "상품 구조는 은행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주요 저축은행은 재형저축 금리를 4% 중반으로 잡았다.
애초 예상된 4% 안팎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지만 은행권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도 오는 15일 재형저축 출시를 목표로 금리를 저울질 중이다.
우정본부의 규모를 고려하면 은행권과 맞먹는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전날 금리 4% 수준의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했고, 신용협동조합도 조만간 재형저축 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2금융권이 은행권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재형저축을 내놓는 것은 은행들이 점포망과 고금리를 앞세워 수신을 독차지하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을 놓고 은행과 경쟁하는 우정본부와 새마을금고는 수신기반을 지키는 차원에서 재형저축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는 수익성보다는 고객을 붙잡아두려는 차원에서 재형저축을 내놓았다는 평가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재형저축을 많이 팔겠다는 게 아니라 재형저축을 원하는 보험 고객도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형저축을 내놨다. 팔자니 손해를 보고, 안 팔자니 가뜩이나 위축된 업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재형저축이 '계륵'과 같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과당경쟁을 해도 버틸 수 있지만, 우리는 미래가 불투명한데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은 자금을 무작정 끌어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이 당분간 적자가 확실시되는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자 제2금융권은 나름의 유인책이나 대안을 찾는 중이다.
저축은행은 표준약관에서 연장가입자가 중도해지해도 약정금리를 모두 주기로 했다. 세제혜택 조건인 7년을 채우고 3년 연장했다가 해지해도 불이익이 없게 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큰 실적을 올렸던 저축성 보험의 조건이 재형저축에 뒤질 게 없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저축성 상품의 판촉을 강화해 재형저축 상품에 '맞불'을 놓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재형저축과 비슷한 비과세 혜택이 있다. 중도해지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지만, 재형저축과 달리 가입 요건에 제약이 없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은행 재형저축은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다"며 "소액으로 여러 저축성보험에 가입하면 중도 인출도 할 수 있어 요긴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