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롯데 계열 코리아세븐이 가맹점주들로 부터 소송을 당했다. 편의점 담배광고 수수료의 대부분을 부당하게 챙겨가는 가맹 본사를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선 것이다.
11일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협의회'에 속한 22명의 가맹점주들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코리아세븐을 상대로 '담배광고비 정산금(가맹본부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소장을 제출하기 전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앞에서 약식으로 기자 브리핑을 진행했다.
담배회사들은 TV·신문·라디오 등을 통해 담배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 광고를 집중하고 있다. 편의점 안에 설치된 담배광고물은 담배진열장과 계산기 주위 등 10여 개에 이른다. 담배회사는 이렇게 설치한 광고물에 대한 광고 수수료를 가맹본사에게 지급한다.
가맹점주들이 개별적으로 담배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맹본부는 담배회사들로부터 지급받은 광고비를 가맹점주들과 체결한 '가맹계약 편의점 매출이익 배분율 35대 65'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 하지만 담배광고 수수료는 본사가 임의로 가맹점주들에게 '담배진열지원금' 명목으로 30만~40만 원 가량의 소액을 지급하고 있다.
담배회사와 개별적으로 담배광고계약을 체결한 일부 편의점의 경우, 본 소송을 제기한 가맹점주들과 같은 규모로 담배광고물을 설치했는데도 담배광고비 액수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다.
경기도 내 몇몇 세븐일레븐 가맹점주가 본사 몰래 지난해 3월 KT&G와 광고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배광고 수수료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 가맹점주가 맺은 계약서를 보면, 광고가 들어 있는 담배진열장을 카운터 뒤 중앙에 설치하는 조건으로 월 14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가맹점주는 A4 크기의 광고물을 설치하고 매월 10만 원 가량을 받았다. 담배광고진열장 1개, A4 크기 광고물 6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매월 최소 200만 원 이상의 담배광고 수익이 발생한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담배회사들로부터 지급받은 광고비를 가맹점주들과 체결한 가맹계약 편의점 매출이익 배분율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담배광고물을 설치한 편의점 건물에 대한 임차인은 가맹점주들이고, 관할구청으로부터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된 자도 각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이고, 가맹본부에 담배광고물 설치계약 대리권을 별도로 부여한 적도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담배광고비는 가맹점주들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CU(옛 훼미리마트), GS 25 등 대형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지금까지 '담배회사와 거래상 비밀' 등의 이유로 담배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담배광고비의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담배광고비 적용기준, 담배사별 계약 내용 등에 대해 점주들은 물론 어느 곳에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맹본부들이 담배회사로부터 지급받는 담배광고비는 상당액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맹점주들이 받아야 할 담배소매인 지정을 회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회사 대표 명의로 900개 가량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편의점 내 설치된 담배광고물은 편의점을 방문하는 소비자 누구나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에 설치되어 있어 담배 광고 가치는 상당히 높다. 이 광고 가치에 따른 상당액의 광고비를 담배소매인권을 가지고 있는 가맹점주가 아닌 편의점 가맹본부 코리아세븐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제대로 정산하지 않는 점은 특히 부당하다"며 "담배광고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일체 공개하지 않는 가맹본부 대기업들의 행태는 상식을 벗어난 행위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담배광고 수수료 문제가 CU나 GS25 등 다른 편의점에서도 동일한 것으로 보고 전체 편의점 가맹점주들을 원고로 모집해 2차, 3차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24시간 365일 강제의무를 부과 받고, 월 500만 원 수익보장이라는 허위 과장 정보에 속아 편의점을 운영하나, 가맹본부가 보장한대로 매출이 오르지 않아 폐점하려해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중도해지위약금을 물어내라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가맹계약 때문에 점주 스스로 적자 보전책을 강구해 가며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가맹본부의 과도한 수수료 비율, 동일 브랜드 근접 출점 행태 등 불공정한 상황이 지나쳐 스스로를 가맹본부의 '노예'라 칭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업계에 대해 전반적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경기 부진으로 편의점 업주들의 도산이 이어지는데도 편의점 본사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고, 편의점 업계의 경영 부실이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체 편의점 중 휴·폐업하거나 대출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 편의점' 비율은 2011년 4.8%에서 지난해 8.5%로 수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