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디자인을 만나니 달라 보이네

2013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지난 2월27일부터 3월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디자인하우스와 코엑스의 공동 주최로 제19회 2013 서울리빙디자인페어(Seoul Living Design Fair)가 개최됐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단순히 좋은 상품들을 모아서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생산하고 토탈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해, 한국 리빙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것을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전시품목은 예술품, 인테리어&가구, 홈 가전, 키친·테이블웨어, 욕실·익스테리어, 벽지, 침장, 커튼, 러그, 패브릭(직물), 조명, 가드닝·아웃도어, 디자이너 브랜드, 리빙 전문서적 등이며, 매회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케터, 트렌드 리서치 기관,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관객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리빙브랜드관, 리빙아트관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특히 1인 가족부터 대가족까지 ‘新 가족풍경’이라는 테마로 김윤수, 안경두, 김경수, 홍희수 등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기획한 ‘디자이너스초이스’ 전이 열렸는데, 싱글남자, 4인 가족, 무자녀 부부 등 가족 신풍속도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선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리빙 트렌드 세미나’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진행돼 관람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켰다.


 

리빙브랜드관에서는 슴ART, 인투홈, 컴홈, 나무수작 우드스튜디오, 클롭홀츠(KLOPFHOLZ) 등 가구디자이너들의 품격있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원목 수제 가구들이 관람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번 전시회가 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나무도 디자인을 만났을 때 더 사랑스러워진다는 것’.


개막일인 2월27일 오후 6시에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연례 행사인 ‘리빙디자인어워드 시상식’이 진행됐다. 리빙 분야의 각계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그 해에 참가한 부스 중 최고의 브랜드와 제품, 그리고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행사로 올해는 대상에 안경두 건축가가 선정됐으며, 올해의 디자이너 상에 김윤수 공간디자이너, 눈에 띄는 공간 상에 코코맡, 눈에 띄는 제품 상에 삼성전자 SAMSUNG UHD TV ‘The Timeless Gallery’, 인기상에 청송백자와 일룸이 각각 선정됐다. 
글_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 사진_서울리빙디자인페어 사무국

 


 

디자이너스초이스

2013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주목받았던 ‘디자이너스초이스’는 ‘신(新)가족 풍경’을 주제로 1인 가족부터 대가족까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공간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코너였다. 김윤수, 안경두, 김경수, 홍희수 등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모여 실버 부부, 싱글 남자, 4인 가족, 무자녀 부부 등을 위한 공간을 제안했다. 본지에서는 ‘싱글 남자’를 위한 공간을 제안했던 안경두 씨와 ‘4인 가족’ 공간을 제안했던 김경수 씨의 작품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남자 싱글을 위한
Urban Nomadic Box 떠나기 위해 머무는 곳

 

정착민은 머물기 위해 이동하고 유목민은 이동하기 위해 머문다. 오래도록 우리 문화에 뿌리내린 농경의 정서 속에서 ‘집’은 정착하거나 소유하기 위한 대상이었다. 생활반경이 넓어지고 이동도 자유로워지면서 서서히 진화해 온 집에 대한 사유는 어디까지 다다라 있을까? 최근 뚜렷이 증가한 가족형태인 ‘나노가족’은 단순히 양적인 이슈가 아닌 변화해가는 생활방식과 문화적 이슈를 담고 있다. 혼자 살면서 재미를 위해 새로운 공간이나 가구 만들기를 좋아하고, 디자인이 직업이자 취미이고 힐링인 30대 건축가의 공간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여기에 그려낸 30대 디자이너는 언젠가는 떠나기 위해 머무는 족속, 유목민에 가깝다. 비단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문화, 모바일과 인터넷 등 기술의 진보에 따른 실생활의 변화까지도 우리를 점점 유목적 성향의 urban nomad로 진화하게 만들고 있다. 머물다 떠나야 할 공간은 구조적으로 지나친 튼튼함도, 평생 치장해야 할 거추장스러운 아름다움도 필요치 않다. Nomad에게 집은 물리적 의미보다는 행위나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므로 이 프로젝트도 물리적 공간을 디자인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간과 사용자의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접근했다.


 

싱글 유목민과 공간의 관계 짓기는 벽에서 모든 가구를 분리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벽에 붙어 우리와 마주하며 공간을 한정하고 있던 가구들을 유목민에 어울리는 가구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로 가구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구조체가 아니라 사람의 행위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담는 공간 속의 또 다른 공간이 된다. 가구라는 기능을 벽이라는 구조에서 분리해 내면서, 항상 가려져 있던 벽의 표면은 수납의 의미에서 벗어나 싱글 디자이너의 interface 역할을 하게 된다. 구조가 아닌 표면으로서의 의미가 더 커지면서 습작의 칠판이 되기도 하고 그 위에 덧그리는 트레이싱 페이퍼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진 이미지 스터디의 앨범이자 프로젝션의 스크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가구는 공간의 형태로 벽은 표면의 형태로 사용자의 프로그램 그 자체를 담는 유목적 특성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된다.


절대 움직이지 않던 바닥은 nomad의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재배열돼 모습을 바꾸고 수납이나 가구를 담기 위한 공간 역할을 한다. 벽과 가구와 바닥은 각각 고유의 형태에서 벗어나 유목민의 행위와 함께 끝없이 진화하는 nomadic box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용된 재료들은 팔레트, 골판지, OSB 패널 등 대부분 시각적 연출을 위한 마감재가 아닌 포장이나 구조의 용도로 쓰이는 기능재를 활용했으며 이들은 재활용되는 재료들이고 재조립이 가능한 것들이다. 결합 방식 또한 밸트로 싸거나, 쌓거나, 볼트로 연결하거나, 후크에 거는 유동적이고 한시적인 방식들을 채택해 nomadic한 적응력을 강조했다.
사진 및 자료제공_서울리빙디자인페어 사무국

 

안경두 Ahn Kyung Doo


건축가. Yale University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 전공 후, 뉴욕의 NBBJ와 Davis Brody Bond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다가 귀국 후 2004년 비안디자인을 설립하고 크로스오버 디자인을 주제로 한 공간들을 기획해왔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대표작으로는 CJ Entertainment & Media Center, YG 사옥, SBS 신사옥, MBC 신사옥 등이 있다. 또 요리사이자 레스토랑 기획자로서 국내 대기업들의 주요 외식공간을 디자인해왔는데 대표작으로는 갤러리아 Gourmet 494, CJ 푸드월드 IFC점, CJ 푸드월드 쌍림점 L'atelier, 국립중앙박물관 부대시설, 뚜레쥬르와 빕스 등이 있다.

 

 

 

 



4인 가족을 위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집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4인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스며들게 하는 공간은 어떤 것일까? 가족 모두가 모이는 거실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소한 일상들을 주고받으며 식사하는 공간은 집의 의미에 있어서 우리를 순화시키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라 생각돼 이를 중심으로 한 열린 구조를 완성했다. 균형감 있게 자리 잡은 서재는 딸이 가장 좋아하는 관심사들과 가족들을 연결시켜주는 공간이자 아들이 항상 가족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통로이다. 어머니는 식탁에서 잠깐 쉬며 작은 오락거리를 즐기기도 하고 아버지는 너른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건강한 자재들로 지어지는 한옥의 요소들을 해체해 모던한 톤으로 공간에 적용했고 한옥에 바람이 통하듯 가족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가득하기를 유도했다. 

사진 및 자료제공_서울리빙디자인페어 사무국

 

 

김경수 Kim Kyung Soo


공간기획자. 크리에이티브 아트그룹 ‘미음디자인’의 대표로 ‘미음갤러리’도 함께 운영하면서 한국적인 정서와 사상을 환경과 공간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남양유업 본사 및 공주 중앙연구소와 신천안 공장, 농심 구미 공장, 해찬들 등 주로 식문화 공간의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허브 엔터테인먼트, 닥스 레이디, 더페이스샵, 라마다호텔, 서교호텔 유닛 등을 디자인 개발했으며, 2007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식문화 공간디자이너 부문, 2007 Maru 디자인어워드, 월간 인테리어 명가명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