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에 대한 공공성과 역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 주식투자의 공공성, 그리고 주총 의결사항에 대한 의견개진 여부의 범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국민연금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에게 배임 행위가 있다며 만도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투자기관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따르면 최근 정 회장에 배임행위가 있어 오는 15일 열릴 만도 주총에서 문제 제기를 해달라는 만도지부의 요청에 대해 국민연금은 "정부의 정책이나 연금의 내부 운영 방침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라 국민연금의 문제제기는 한계가 있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개인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인수문제, 경영권 문제 아닌 '배임 행위'
만도지부에 의하면 지난 2008년 3월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한 후 만도의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정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라엔컴의 자회사 한라웰스텍에 약 340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고하도록 했다.
만도지부는 "이는 사전 계획된 것"이라며 그 증거로 지급보증을 제공한 시기가 지난 2010년 박윤수 대표이사를 마이스터와 한라웰스텍 양사 대표이사로 임명한 것이라며, 이는 결국 박 대표이사를 양사 대표 이사로 임명해 동일한 대표이사가 정 회장의 회사에 지급보증을 제공 받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도지부는 마이스터는 한라웰스텍를 인수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만도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액면의 6배에 달하는 주당 3만 원에 600억 원을 증자해 만도가 마이스터에 600억 원을 지원한 것이 한라웰스텍 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급보증을 제공받은 한라웰스텍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부실기업이다. 이는 결국 지난해 11월 한라웰스텍을 마이스터가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부실을 마이스터에, 궁극적으로는 만도에 떠 넘긴 것이라고 만도지부 측은 설명했다.
만도지부는 정 회장에 대해 지난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 위기의 최고 경영자로서 공적자금 투입과 손실을 가져온 구(舊)사주라며 과거 현대건설 인수 당시에도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에 대해 현대건설 부실의 구사주 문제와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여도 등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M&A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금 50억 짜리를 2억에 인수하도록 했다는 건 회사가 매우 부실한 상태라는 것"이라며 "정 회장 개인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과 인수문제는 경영권 문제가 아닌 배임행위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넘어 불법행위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국민연금 스스로 관리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만도의 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주식에 대해서도 투자하고 있으면 문제 제기가 돼야하며 주주제안권이라던가 대표소송권 같은 것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투자목적이냐, 경영참여냐에 대한 부분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400조의 자산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과 5000만 원을 들고 있는 개인 투자자와 무슨 차이가 있나"라며 "국민연금이 수익율만 고려해야 될게 아니라 공공성이라던가 투자과정에 있어서의 공정성 부분들도 같이 고려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사례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이 하나고(특수관계인)에 무상지원을 하여 은행 대주주 자격 시비에 휘말려 있고 하나 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주식 교환과 관련하여 국민연금이 하나금융뿐 아니라 외환은행 주식도 갖고 있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하므로 상법에 의거 내일 주총장에서 반대 입장(의결권 미행사 등)에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귀뜸했다.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적극적으로 해야"
금속노조 만도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내부 운영규정으로 인해 문제제기를 할 수가 없다 했지만 저희가 볼 때는 그렇지 않다. 적극적으로 주주로서의 권리행사를 해야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더 조사해봐야 한다"며 "한라건설에 주식을 양도하면서 배임에 대한 혐의가 일단락 됐지만, 배임행위는 저지른 것이고 만도나 마이스터 지급보증 상태가 배임 혐의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룹 확장이나 개인의 것들 때문에 노조를 파괴한 것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가 없어져야지만 진행이 수월하니 복수노조를 설립하고 짜고서 노조를 파괴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구사주인 정 회장이 책임져야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연금이 문제제기를 하고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이 안하면 노조에서라도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도와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한라공조를 두고 벌어진 비스티온과 한라그룹의 힘겨루기에 한라그룹 편을 들면서 '글로벌투자파트너쉽'을 체결한 바 있어 공공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국민연금의 투자기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외국의 많은 연기금이나 펀드들이 주주제안권이나 대표소송 등을 통해 회사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논의의 범위가 매우 소극적이고 최소한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잘못 적용하면 '연금사회주의' 돼..사회적 합의 이뤄야"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고발도 하고 다 할 수는 없지 않나. 공단이 무슨 로펌인가. 단계를 밟아가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서 하나하나 해야지 않겠나"라며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가 있고 의결권이나 주주권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신중하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배임 문제가 있으면 노조는 고발을 해야 되는 것이겠고, 지금 입장에서는 경영에 간섭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잘못 적용하게 되면 연금사회주의가 된다. 이런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기준이 명확해져야 할 것 같다는 점에 대해 "국민연금 처럼 투명하게 투자하는 곳도 없다. 투자 규정과 방향 까지 공시하는 곳이 없고 전년도 이익, 다음 년도의 투자할 금액의 총 한도 범위까지 명확하게 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과정에 있어 수익율만이 아닌 공공성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가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예로 봤을 때 그런 코스로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적 국민 정서는 국내의 가장 큰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에 대해 개인과 같은 정도의 역할만을 하며 투자를 한다면, 그리고 국민의 재산으로 특정재벌의 계열사 다시 찾아오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러한 투자에 대해 재산을 위탁한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최근 투자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사회적 책임문제'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공공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적극적 역할까지 해야 하는 현실적 요구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한편, 만도지부는 만도 주총 장소에서 국민연금에 정 회장의 배임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해야 한다고 밝힐 계획이며, 1인 시위도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주총 결과에 따라 정 회장에 대한 고발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