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1호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곧 공식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의 부채를 청산할 때 개별신청과 일괄정리 방식이 동시에 추진된다.
이는 원금감면·분할상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금융 소외자와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를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구제하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일괄매입의 경우 채무원금 감면폭이 개별매입 때보다 줄어들 수 있어 개별매입을 하는 것이 낫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지원 협약' 초안을 마련해 최근 각 금융업 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금융위는 협약 초안에서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개별매입(제9조)과 일괄매입(제12조) 등 2가지를 제시했다.
개별매입은 연체정보가 있는 채무자가 국민행복기금에 신청하면 자활 의지를 심사해 채무조정·신용회복 약정을 맺고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며, 일괄매입은 채무자의 신청과 관계없이 국민행복기금이 자체 조사해 지원 대상자를 선별, 각 금융회사에 흩어진 채무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방식이다.
적극적인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채무를 더 많이 감면해주려는 취지에서 개별매입은 채무 원금의 40~50%를, 일괄매입은 채무 원금의 30~50%를 감면하고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장기 분할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하면 먼저 개별매입 방식으로 신청을 받고, 다중채무 실태조사를 마친 뒤 일괄매입으로 일제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복기금 업무에 관여하는 한 금융권 관계자도 "신청률이 낮을 것에 대비해, 신청은 안 했지만 요건에 맞는 사람의 채권도 일괄매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출범 직후 개별매입 방식으로 6개월가량 신청을 받고, 이르면 상반기 중 일괄매입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파산, 개인회생, (프리)워크아웃, 경매·소송이 진행 중인 채무자는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괄매입 확정 시점에 채권 소멸시효(권리가 사라지는 기한)가 6개월 이하로 남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재산을 심사하고 채무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신용회복 약정을 맺으면 금융권에 등록된 채무자의 연체정보는 즉시 해제되지만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가 곧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별도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감면받고 남은 빚을 모두 갚아야 기록이 삭제된다.
금융회사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가격은 금융회사의 성격과 무수익채권(NPL·Non Performing Loan) 회수 경험률에 비춰 차등화한다. 일괄매입 대금은 6개월 뒤 지급된다.
국민행복기금은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어진다. 명망 있는 인사가 대표(기금 이사장)를 맡고, 그 밑에 은행·비은행·대부업으로 나뉜 '권역회'와 기금 운용 실무를 맡는 '실무협의회'를 둔다. 대표로 장관급 인사가 영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 나오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1호 공약'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 대표를 맡길지가 큰 상징성을 띤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을 가져오는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각 실무협의회 간사로서 기금의 사무국 역할을 한다.
금융 권역별 협회는 금융위, 캠코 등과 협의해 이르면 다음 주 초 협약 최종안을 정하고 금융회사들의 동의를 받아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