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국세청이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한국GM, 국민은행, SC은행, 교보증권, 인천공항공사, KT&G, 롯데호텔, 코오롱 글로벌, 동아제약 등 업종 구분없이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세무조사에 착수, 기업의 긴장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세무조사의 강도도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최근 대기업 세무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실제로 KT&G 등 일부 업체에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까지 투입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하는 한편 복지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국세청이 전례 없는 전방위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15일 "최근 세무조사의 폭과 깊이가 종전과 다르고 규정 적용이 엄격해져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상당수 회원사에서 나온다"며 "5월 세제개편 건의안을 낼 때 조사기간을 좀 줄여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보다 세무조사 기간이 길어지고, 조사 강도가 세졌다는 것.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세수 목표까지 달성하기 쉽지 않자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들을 옥죄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대부분의 세무조사가 4,5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조사 성격이 짙다면서 재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정기조사를 받는 기업들은 작년에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업체 가운데 미처 조사를 못 한 곳이다"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로 추가한 업체는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간 기업 세무조사 대상은 46만개 기업의 1% 수준인 4만6000곳으로, 전년도 미조사업체는 이듬해로 조사가 이월되는 사례가 많다.
또 조사 강도나 기한(매출규모별로 2~6개월)도 이현동 청장이 부임 후 줄곧 강조해온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조사할 때 제대로 하라"는 자체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기조사가 4∼5년 주기로 돌아오다 보니 바뀐 방침을 처음 접한 업체로서는 체감 강도가 크게 느껴질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경제민주화 달성 차원에서 조사업무 인력을 400명 늘렸던 국세청은 재계의 볼멘 소리에도 대기업, 고액 자산가 등 부유층 세무조사를 올해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조사 비율은 과거보다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력증가분만큼이라도 조사대상이 늘어나겠지만 아무리 확대해도 현재 1% 정도인 법인조사 비율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조사 역량을 대기업에 집중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국세청은 새 청장이 임명되는 대로 조사선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정기조사 대상을 확정하고 지하경제양성화를 위한 세부대책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