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주유소업계가 공제조합 설립 문제를 놓고 내분을 겪고 있다.
공제조합 가입을 개별 주유소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공제조합이 필요하다는 찬성측과 정관을 무시한 권위적 발상이라는 반대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18일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유소협회는 막대한 철거·환경정화 비용 때문에 폐업조차 힘든 업주에게 전·폐업 자금을 지원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떠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재정난에 처한 한계 주유소의 전·폐업을 유도하고자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는 적정 시장 규모를 넘어서 과포화 상태에 있는 업계 구조조정과도 맞닿아있는 것이다.
공제조합은 이외에 영세 주유소 임차 운영, 융자서비스 등의 역할도 맡게 된다.
협회 측은 이번 주 중 발표할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주관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회가 1만2000여개 회원 업소의 공제조합 의무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업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측은 더 많은 회원이 혜택을 받으려면 의무 가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일정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정부에서도 '매칭펀드' 방식으로 좀 더 수월하게 지원에 나설 수 있다"며 "의무 가입을 반대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원 업소들은 공제조합 의무 가입에 대해 회원 가입·탈퇴의 자유를 보장한 정관마저 무시한 권위적 발상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는 공제조합이 주유소 전·폐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서울 소재 한 주유소 업주는 "한계 주유소에 전·폐업 자금을 빌려주면 회수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어떤 혜택이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선 주유소에 가입 의무를 지우면 누가 환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협회가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각 시도별 지회의 업무협조나 회비 납부 상태가 과거보다 상당히 저조한 편"이라며 "이러한 영향력 약화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공제조합 의무 가입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