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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국민 모두 지갑 '꽁꽁'… 가계 자금잉여 9년만에 최대·기업 설비투자 꺼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지난해 기업과 국민 모두 소비심리가 급 위축돼 지갑을 꽁꽁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계·비영리단체)의 여유자금은 9년 만에 가장 많았고, 기업도 자금난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에는 인색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수·설비투자 등 민간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자금잉여는 86조5000억원으로, 지난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많았다.

또 전년도 54조9000억원에 비해서도 무려 31조6000억원이 늘어났다.

한은 정유성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가계소득은 늘어났지만 민간 소비가 부진해 여유자금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의 소비가 부진했던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주택 시장의 장기침체로 가계의 부동산 매매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여유자금은 대거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자금운용을 보면, 신규투입된 보험·연금은 같은 기간 2011년 56조6000억원에서 2012년 89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반면, 주식·출자지분은 같은 기간 5조4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감소했다. 예금 역시 80조1000억원에서 57조2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경제활동 위축은 기업(비금융법인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59조9000억원으로 전년도(76조9000억원)보다 개선됐다. 자금조달은 이 기간 151조3000억원에서 127조9000억원으로 축소했지만, 기업이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여유자금을 쌓아놓은 것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에 내수와 기업 설비투자가 모두 위축됐다"며 "앞으로 성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가계·기업·정부의 금융자산 총액은 519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총 3607조3000억원이다. 순금융자산(자산-부채)은 1587조5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40조2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