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저소득층은 '의식주(衣食住)'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여가·교육' 부문에 집중, 소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소비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 업종 주가는 내리고 있는 반면 편의점·홈쇼핑은 올랐다.
19일 통계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작년 소득 하위 10%인 1분위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비중은 23.6%로 전체 소비지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주거·수도·광열 부문 소비가 18.2%, 보건 10.9%로 나타나, 이 세 항목 소비가 전체 소비지출의 52.7%로 절반을 넘었다. 의식주와 질병 치료 등을 위한 기본적인 씀씀이가 전체 소비의 반이 넘은 것.
이에 반해 소득 상위 10%인 10분위의 식료품·비주류음료(11.1%), 주거·수도·광열(7.7%), 보건(5.8%) 등 세 항목 비중은 전체의 24.6%에 불과했고 저소득층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관련 통계가 처음 나온 2003년 1분위의 식료품(23.0%), 주거(16.1%), 보건(10.1%) 등 세 항목의 비중은 49.2%여서, 지난 9년간 3.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10분위의 식료품 비중은 12.0%에서 11.1%로 줄었고 주거 등의 비중은 8.1%에서 7.7%로 감소했다.
고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은 교통(14.4%)으로, 이는 고가의 자가용 운영과 기름값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교육(14.0%), 음식·숙박(12.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층 교육 소비 비중은 저소득층(5.5%)의 2.5배에 달해 교육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교육 소비 중에서 학원 및 보습교육 소비 비중은 고소득층 9.0%, 저소득층 3.1%으로 3배나 차이가 난다.
또 고소득층은 오락·문화 소비 비중이 7.2%로 저소득층(4.5%)의 1.6배였고, 의류·신발은 7.8%로 저소득층(4.2%)의 1.9배였다.
이같은 통계에서 나타난 것처럼, 저소득층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소비 비중은 점차 커지는 반면, 고소득층은 여유로운 삶과 미래 준비에 더욱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소비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3년 10분위의 소득은 월평균 580만9644원으로 1분위(63만8957원)의 9.1배였지만, 작년 10분위 소득(921만2135원)은 1분위(90만2742원)의 10.2배로 커졌다.
이 기간에 10분위의 전체 소비지출은 월평균 293만9906원으로 1분위(77만1383원)의 3.8배였고, 작년 소비지출은 10분위(421만91원)와 1분위(104만4575원)간에 4.0배 차이가 났다.
한편, 소비 양극화로 전반적인 소비 규모가 줄면서 백화점·대형마트 주가는 하락하고 편의점·홈쇼핑 주가는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작년 초 21만9500원에서 이달 18일 22만3500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현대백화점은 16만500원에서 16만원으로, 이마트는 23만6500원에서 21만3500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반면 GS리테일은 작년 초 2만9650원에서 이달 18일 3만600원으로 올랐고, GS홈쇼핑은 15만2900원에서 18만8900원으로, 현대홈쇼핑은 12만2500원에서 13만8500원으로, CJ오쇼핑은 27만3700원에서 30만200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소득층은 물가 부담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소득 양극화로 소비 양극화는 계속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