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펀드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자투리펀드가 여전히 난립하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 중에는 펀드매니저 1명이 최대 14개의 펀드를 관리하는 곳도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모추가펀드 2294개 중 설립 후 1년이 지난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펀드는 848개로 37.0%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금융당국이 소규모펀드가 난립할 경우 펀드시장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청산작업을 진행한 영향으로 2010년 말 48.2%에서 2011년 말 39.8%, 작년 말 37.0%로 감소세를 보였고, 올해 1월 말에는 34.8%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금융위가 설정한 소규모펀드 비율을 작년 말 30%로 낮추고 2014년까지 10%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목표치와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자투리펀드 정리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산운용사 및 판매사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펀드 환매에 따른 전반적인 규모 축소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규모펀드는 고객 동의 없이도 청산할 수 있지만,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들은 고객 불만이 제기될 소지가 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규모가 작은 펀드는 분산투자라는 펀드의 특성을 살리기 어렵고,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도 규모가 큰 펀드일수록 수수료 수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어 자투리 펀드는 운용과정에서 관리가 소홀한 만큼 청산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펀드매니저 1인당 펀드 수는 2011년 초 6.3개에서 2012년 초 5.4개로 줄었고 올해 3월 초 현재 5.3개에 그치고 있지만, 이달 초 기준으로 하나UBS자산운용(14.2개), JP모간자산운용(13.5개), 피델리티자산운용(13.3개), 미래에셋자산운용(12.4개) 등 4곳은 펀드매니저 1명당 관리하는 펀드가 10개 넘는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자산운용사와 판매사는 유행을 좇아 유사펀드를 양산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하며 소규모펀드 숫자가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신규 펀드 설정을 제한하는 '소규모펀드 총량비율제'도 도입할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