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문제로 의약품 선진국을 포함해 해외 여러 나라에서 판매가 제한된 약물 100여개 품목이 국내에서는 버젓이 유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서는 복용 후 사망 등의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등 주요 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중 1곳 이상을 포함해 5개국 이상에서 부작용 위험이 커 판매를 중단했거나 도입하지 않은 의약품 가운데 6개 성분, 103개 품목이 국내 허가돼 있다고 26일 밝혔다.
주요 국가를 포함해 5개국 이상에서 판매가 제한돼 있는 6개 성분은 ▲펜터민(36품목) ▲펜디메트라진(23품목) ▲암페프라몬(12품목) ▲마진돌(2품목) ▲비스무스(22품목)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8품목) 등으로, 이 가운데 수출용 2~3개 품목을 제외한 약 100품목이 국내 유통 중이다.
이들은 부작용 위험이 크거나, 위험성이 낮더라도 다른 대체 치료제가 있어 안전성 논란을 무릅쓰고 사용할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의약 선진국을 포함한 5개국 이상에서 판매하지 않는 약들이지만, 국내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4개 성분 73개 품목은 비만클리닉을 중심으로 다량 처방되고 있는데,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4개 성분의 국내 생산실적은 금액 기준으로 597억원, 물량으로 3억2854만정(캡슐)에 이른다. 문제는 복용 후 사망 등 심각한 이상반응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IPA는 '게보린'과 '사리돈에이' 등 인기 진통제의 주성분이다.
그러나 이들 100여개 품목 가운데 앞서 논란이 제기된 IPA 성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부작용 감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해외에서 판매 제한된 제품도 집중 모니터링 대상 약물로 분류만 됐을 뿐 실제 감시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올해는 집중 모니터링 대상도 지난해의 32개 성분, 443품목에서 10개 성분, 124품목으로 대폭 축소 조정됐다. 보건당국은 이에 대해 이 제도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집중 모니터링 약물이라고 해도 다른 의약품과 관리 방식에 차이가 없었다"며 "대상 품목은 줄었지만 앞으로 도입 취지에 걸맞게 부작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집중 모니터링 약물은 해외에서 판매가 금지 또는 제한된 약물 103품목 외에 지난해 논란 끝에 일반약에 남은 피임약 21품목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