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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 품질표시제 “눈앞이 캄캄하다”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유재동 회장은 합판의 품질표시제 시행에 대해 세분화되고 단계적 시행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생산업계와 수입업계 모두에게 공평한 제도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유재동 회장은 합판의 품질표시제 시행에 대해 세분화되고 단계적 시행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생산업계와 수입업계 모두에게 공평한 제도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입업계, 공평하고 세분화된 단계적 시행 주문


본격적인 합판 품질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수입업자들의 반발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합판 대부분을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산림청이 무리하게 생산업계에만 유리하게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수입업자들의 입장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더 주고, 표시제도 또한 시장 현실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림청은 합판 생산 및 수입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21일 ‘합판의 규격 및 품질표시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올해까지는 제한적으로 번들 표시를 허용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낱장표시만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수입업계에서는 품질표시제 시행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관련법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또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산림청이 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수입업자들의 현실을 전혀 방영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유재동 회장은 설명회가 있은 다음날 나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네 번의 산림청의 설명회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의 설명회였지, 우리의 의견을 들어보는 공청회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합판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쪽은 생산업계가 아니라 바로 수입업계라는 점을 산림청이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또 “때문에 산림청에서는 지금 합판이 수입돼서 유통되는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까지만 번들 단위 표시를 허용한다는 것은 합판의 주문에서 국내 입고와 이후의 재고운용 시스템을 무시한 처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합판의 용도를 무시한 일률적인 품질표시 방법 또한 잘못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테리어용 합판의 경우 양쪽 면을 다 쓰는 경우가 많은데, 표면에 품질표시를 할 경우 한쪽 면의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 때문에 용도에 따라 품질표시 위치를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수입업체명을 낱장표시에 모두 넣는 규정도 수입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합판 수입은 대부분 산지 공장에서 생산해 놓은 것을 수입업체에서 구매해 오는 시스템이라는 것. 주문생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낱장에 수입업체명이 들어간 합판은 해당업체에만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지 생산업계에서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낱장에는 수종이나 규격 등 공통으로 들어가는 항목만 넣고 수입업체명은 이를 수입할 때 번들에 표시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E2급 합판의 수입제한에 대한 의견은 수입업체들 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합판의 규격과 품질’ 고시에는 E2급 합판에 대한 규정이 빠져 있다. 때문에 품질표시제가 시행되면 사실상 E2급 합판의 생산 및 수입유통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관계자는 “내장용 합판의 경우에는 (E2급 합판의) 수입유통을 제한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외부에 쓰이는 합판 등 용도에 따라서 E2급 합판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특히 E2급 합판 수입이 전면적으로 제한되면 포장재용으로 수입되는 합판은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수입업계의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한 합판수입업체 관계자는 “E2급 합판 수입이 사실상 금지된다는 얘기를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현재 수입합판이 90%가 E2급 합판인데 이것을 일순간에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장용으로 들어가는 게 합판뿐 아니라 MDF와 PB도 있는데, 합판만 규제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면서 “규제를 하려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MDF와 PB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산림청이 품질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산업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번 합판 품질표시제 시행에도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면서 “하지만 산림청이 수입산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채 너무 생산업계의 의견만 수렴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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