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南友[나무]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이하 CEPA)’은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국가 간 경제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시장 개방’의 의미를 가진다면 CEPA는 ‘경제 협력’의 뜻을 가진다는 점이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거의 다르지 않다.
최초의 CEPA는 2003년 6월, 중국과 홍콩특별행정지구 간에 체결됐다. 중국 정부가 중국-홍콩간 관계가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특수한 관계임을 들어 FTA 대신 CEPA로 명칭을 변경한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인도와 2006년 3월에 협상을 개시해 2009년 8월7일에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한바 있다. 당시 인도 국민들 사이에 FTA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우회적인 용어로서 사용했으나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FTA와 유사하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에서는 합판, MDF, PB 등 주요 목재류 24개 품목이 양허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 목재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enership; RCEP·알셉)’이란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광역 자유무역협정으로 2015년 말까지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중에 있다. 현재 1차 교섭회의를 오는 5월에 브루나이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며, 이번 1차 회의에서는 농산품과 공산품의 관세 철폐 및 삭감, 투자 자유화, 통관절차 간소화, 정부조달시장의 외국기업 참가 등이 주요 의제에 포함될 전망이다. 만약 RCEP(알셉)이 타결되면 인구 34억명, 총생산(GDP) 19조달러(약 2경1500조원)에 달하는 EU를 능가하는 거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는 RCEP 외에도 한·중·일 FTA가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위상이 점증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을 이미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RCEP 논의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RCEP도 FTA와 마찬가지로 협상 결과에 따라 일부 자국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며, 특히 목재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목재자급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목재제조업체들의 산업 기반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아세안 10개국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포함되며, 우리나라는 이들 동남아시아로부터 많은 목재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RCEP 이후 국내 목재산업에 파급을 걱정하는 이유다. 물론 민감 품목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지는 경우 낮은 형태의 협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TTP 등에 견줘 국제적 역학과 정치적 변수에 의해 RCEP 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응책이란 우리에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최근 산림청을 중심으로 RCEP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RCEP의 파급력만 전제로 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협상과정에서 우리 목소리를 정부 협상단에 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논의를 좀더 공개화해 공동의 지혜를 구하는 것은 어떨까. 아세안 10국은 물론 중국까지 참여하는 알셉(RCEP)이 공식적인 첫 발을 5월에 내딛는다. 국내 제재산업의 반 이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 상황이 변하는 일이다. 목재분야도 준비가 필요하다.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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