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木匠의 세계 18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 ~ 1185) 말부터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1185 ~ 1333)에 거쳐 고대적인 율령체제가 붕괴돼 국가에 소속된 장인들은 유력한 사찰이나 영주 아래로 들어가 동업자들과 좌座라고 불리는 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막부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아 사찰 등 건축공사의 독점권을 얻었다.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 ~ 1867)에 이르러 막부는 작사방作事方을 설치해 장인조직을 정비한다. 장인의 우두머리격인 고다이쿠御大工를 선출하고 그 밑으로 모든 목수들이 편성돼 대규모 공사가 가능한 체제로 정비한 것이다. 근세 생산조직이 재편되면서 장인들에게는 노동력 및 공사비 절약이 요구돼 기법의 능률화, 효율화를 위한 변화가 나타난다. 키와리木割, 기큐規矩, 설계도의 도입 등이 그 예이다. 에도시대가 되면 키와리나 기큐가 매뉴얼 방식으로 강화돼 장인의 비법서인 목할서를 대신해 교육용 책으로서 히나가타본雛形本이 등장한다. 키와리나 기큐에 관한 것 이외에도 이음맞춤이나 창호, 조각을 다룬 것 등 여러 종류가 히나가타본이 만들어졌다.
칸사츠鑑札, Motong, a black ink pot, 19세기, 다케나카도구박물관
칸사츠(鑑札)
에도시대(江戶時代1603 ~ 1867)의 건축공사는 막부幕府나 번藩의 작사방作事方에 의해 통제됐다. 특히 고키내山城·大和·攝津·河內·和泉와 오우미近江 육개국은 초창기에 공이 컸던 나카이中井 가문이 우두머리인 고다이쿠 직책을 맡았다. 관내의 목수 조직은 나카이 가문의 허락을 받아야만 공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칸사츠는 그 자격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키와리서木割書, A book that constitutes a system for measuring out the wooden components, 카시와기이헤이에 마사히토, 17세기, 필사본, 다케나카도구박물관
키와리서(木割書)
건축 각 부재의 수치를 정하기 위한 방법인 키와리술木割術을 적은 비전서秘傳書 형식의 두루마리이다. 에도시대 막부 코부신(소규모 조영수리공사小普請) 대목수·카시와라柏木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전서로, 1689년에 이헤이에 마사히토伊兵衛政等가 타로우에몽 마사토라太郞右衛門政虎에게 전수했다는 내용이 말미에 적혀있다. 총 5권으로 「귀족주택편御所樣」, 「신사편神社之部」, 「불전편佛殿之部」, 「문편門之部」, 「탑편塔之部」으로 이뤄져 있다. 에도시대의 건축기술과 목수조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다이쿠 히나가타(大工雛形)
대목 장인가문의 비전으로 전해져 오던 키와리술은 에도시대에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진다. 1717년 개판開板된 본서는 6권 1세트로「궁 견본宮雛形」, 「무사주택 견본武家雛形」, 「상가 견본棚雛形」, 「스키야 견본數寄屋雛形」, 「소평 규구小坪規矩」, 「규구추가規矩追加」로 구성된다.
궁宮·무사주택武家·상가棚의 3서는 1658년에 간행된 「신편 삼 히나가타新編三雛形」를 해제한 것으로 내용은 동일하다.
증보 엔마와리타루키히나가타增補 軒廻垂木雛形, An enlarged miniature stamped book for all the parts that compose an eave including rafters, 타치가와코헤에, 18세기, 목판본, 다케나카도구박물관
엔마와리타루키히나가타(軒廻垂木雛形)
규구술(키쿠주츠, 規矩術)이란 입체로 맞춰진 각 부재를 머리 속에 그려가면서 평면으로 작도하여 먹줄을 긋는 기술이다. 특히 신사나 사찰 건물의 처마 주위는 부재가 사선으로 결합되고 곡선을 이루기 때문에 매우 난해하고 숙련이 필요하다. 에도시대 후기가 되면 처마 주위의 난해한 규구술을 해설한 견본서 히나가타본雛形本이 출판된다. 이 책은 1764년 타치가와코헤에가 작성한 규구술 견본이다.
자료제공 _ 수원화성박물관
에디터 _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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