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경찰이 소주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돼 '경유 소주' 논란이 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소주에 대해 공병 세척과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놨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청남경찰서 변재철 수사과장은 8일 상당구 청남경찰서 소회실에서 열린 수사 중간 결과 브리핑에서 "공병 반입부터 세척, 주입, 검수, 출고 등 모든 공정을 조사했으나 경유가 유입되거나 병 내·외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세척과정은 식약처가 경유 오염병 세척 실험을 한 결과 완벽히 세척됨을 확인했고, 원료부터 병 주입까지 밀폐배관으로 작업이 이뤄져 오염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부연했다.
경찰측에서는 재생하기 위해 거둬들인 공병 세척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높게 봐왔었다.
또 "공장 내 경유 사용 시설 2곳도 제조 시설과 떨어져 있어 경유가 소주병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 과정에서의 유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통 과정을 조사한 결과 진로 공장의 물류센터와 음식점에서는 경유가 유입될 만한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주류 도매상의 보관 환경에서는 의심할 만한 점이 일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전까지 (소주를 보관하는)주류 도매상 창고 안에 석유탱크가 있었고, 수시로 작업용 지게차에 경유를 주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경유가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 수사과장은 "실수로 병 외부에 경유 접촉이 있었고 이를 통해 흡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분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오후 8시 30분께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참이슬을 마시던 이모(44)씨가 "소주병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고 신고하자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씨 일행이 마시던 소주와 식당이 보관하던 소주 15병(미개봉 11병, 개봉 4병)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 음식점에 보관된 소주 5병과 판매된 3병 등 8병 내·외부에서 소량의 경유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성분이 유입된 경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소주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경유 성분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석유류는 휘발성이 워낙 강하고, 소주병의 뚜껑은 미세하게 기체가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 제품과 소주를 밀폐된 공간에 함께 보관하면 휘발성 기체가 소주병 안으로 혼입돼 소주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소주 상자를 실어나르는 차량이나 보관 장소에서 경유 성분을 함유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다면 소주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병 뚜껑을 개봉하지 않았더라도 공기 중의 미세한 휘발성 성분이 뚜껑 부분을 통해 병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논리라면 소주 내 알코올 성분도 빠져나가게 될 수 있고, 밀봉 상태가 허술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은 해명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편, 참이슬의 '경유 소주' 논란은 지난 2010년 3월에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도 일어났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된 제품이 수거되지 않아 원인 규명은 흐지부지됐다. 진로 측은 이에 대해 '경유 소주' 문제를 제기한 음식점 고객이 소주병을 내놓지 않아 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