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강승철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경험상 세무조사 등 전방위적인 압박은 지하경제 근절에 별 소용이 없다"면서 "지하경제를 막으려면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게 지하경제"라고 강조하고 "지하경제가 융성하는 원인과 현황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그에 맞는 법·제도를 빨리 갖추는 것이 근절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강 이사장은 아울러 불법 유통의 길목을 틀어막는 지능적인 단속도 강조했다.
가짜석유 제조에 산업용 도료·시너 등의 용제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파악하고 작년 초부터 전국 20개 용제공장과 판매대리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결과, 용제 소비량이 전년 대비 50% 줄었고 덩달아 가짜휘발유 유통량도 급감했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특히 가짜석유 단속 강화로 세수 3016억원이 추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용제혼합형이 주류인 가짜휘발유는 현재 90% 이상 근절된 상태라고 소개하면서, 그 결과 올해 휘발유의 유류세 신고 실적이 작년 9조8849억원에서 2271억원(2.3%) 증가했고, 경유도 13조2815억원에서 745억원(0.5%) 뛰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짜석유 외에 무자료 거래,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면세유 등을 통한 탈세는 여전히 성행하는 만큼 관계 부처와 함께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또 가짜석유 유통의 완전한 차단을 위해 석유제품수급보고전산화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시스템은 전국 각 주유소에서 석유관리원에 월 1회 넘겨주던 휘발유·경유·등유의 거래 상황을 실시간으로 자동 보고하도록 전산화하는 것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무총리실 중앙규제위원회 심의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전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소업계가 법안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데 대해선 "국민이 가짜석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우선"이라며 "가짜가 근절되면 결국 일선 주유소 매출도 오를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