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기아차 광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분신… '세습 채용' 논란 가열

[재경일보 박현규 기자] 기아자동차 노조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확대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데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 광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분신하는 사고가 발생,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신규 직원 채용 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세습 채용'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기아차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분께 광주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 앞에서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비정규직분회 조직부장 김모(37)씨가 분신했다.

사고 직후 동료가 김씨의 몸에 붙은 불을 끄고 공장 구급차로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했다. 김씨는 얼굴과 팔, 가슴, 목 등에 중화상을 입어 응급 처치를 한 뒤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비정규직 노조가 농성을 벌이며 홍보활동 장소로 활용하던 천막 앞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10여m를 걸어 나와 동료들이 보는 가운데 갑자기 분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유서를 쓰거나 동료에게 분신을 암시하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분회는 2개월여 전부터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최근 추진 중인 신규 직원 채용 시에 비정규직의 우선 채용을 요구하면서 광주2공장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던 중이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비정규직분회 노조원은 400여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특히 기아차 노사가 신규 채용 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확대하는 방안에 최근 합의하자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는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장기근속자 자녀 가산점에 앞서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사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합의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불만을 샀다.

박병규 광주지회장은 당시 "기아차 내부 채용규정을 보면 나이와 학력에 제한이 있어 사내 비정규직은 대부분 나이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측에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그는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2차 전형에서 추가 가산점을 요구한 데 논란이 일자 "1차 가산점으로는 실질적인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체 조합원의 뜻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이 나오게 됐지만 안팎의 비판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사내 비정규직 채용이 우선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아차 노사는 최근 협상에서 생산직 직원 신규 채용 때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직계 자녀 1명에 한해 채용 규정에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에 최종 합의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1차 서류전형 합격자의 25% 이내에서 장기근속자 자녀를 선발하고 면접 점수(70점)와 시험 점수(30점)를 합산해 총 100점 만점으로 치러지는 2차 전형 때도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재직자의 직계 자녀에게 5%(3.5점)의 면접 점수를 더 주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를 이번 광주공장 신규 채용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비정규직은 물론 인터넷 등 각계에서 '일자리 대물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번 노사협의에 기대를 걸었던 비정규직들은 자신들의 문제는 빠지고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혜택을 추가하는 합의가 나오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에서는 이번에 분신한 김씨도 비정규직으로서 신분에 대한 불안감과 장기근속자와 비교한 상대적 박탈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씨는 최근 기아차의 정규직 채용에 원서를 접수했으나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이날 울산에서도 현대차 계약직 사원이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정규직 채용 문제가 노동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