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버진아일랜드 재산은닉 한국인 명단이 공개 돼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독립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유령 회사)를 설립했다"며 일부 명단을 1차로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이중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라며 "이수영 OCI 회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조욱래 DSL 회장과 그 장남 조현강 씨 등 4명이 금융계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퍼컴퍼니는 글자 그대로 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다.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은 탈세 등 조세회피를 위한 것.
우리나라에서는 대우증권이 1992년 버진아일랜드에 역외펀드 관리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1995년 6월에는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장기신용은행이 케이며 군도에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무인지점을 설립했다.
ICIJ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금융 자산을 맞긴 인물들의 리스트를 작성했고, 지난 4월 4일 리스트의 존재 사실과 일부 인물을 공개했다.
관련 자료를 처음 입수한 이는 호주 출신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제러드 라일 기자다. 제러드 라일 기자는 60개 국 160명의 기자가 모인 비영리단체 ICIJ와 15개월 간 조세피난처에 대한 실태를 추적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달 버진아일랜드를 거친 검은 돈과 그 돈의 주인 수천 명을 공개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제러드 라일 기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진아일랜드 리스트에 한국인도 상당수 포함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국세청은 명단이 공개되자 곧바로 ICIJ에 한국인 명단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국세청은 다른 경로를 활용해 명단 입수에 나섰으며, 한국인 리스트를 파악하면 이들의 탈세 여부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다고 밝혔었다.
이밖에 국세청은 지난 14일 미국·영국·호주와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통해 역외탈세정보를 공유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조세회피처 지역에 대한 역외탈세 명단 확보에 소홀해 비영리 민간단체인 ICIJ 발표 이후 "그동안 우리 국세청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뉴스타파에서 조세피난처의 한국인 리스트를 공개함에 따라 국세청의 역외탈세자에 대한 추적 등의 업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타파는 향후 매주 2~3명의 명단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