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상가 건물주들의 '갑의 횡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곱창 가게를 운영하던 서윤수씨가 전 재산을 투자하여 장사를 시작한지 채 2년도 되지 못해서 새로운 건물주로부터 계약해지 요청을 받았고, 5년 계약갱신이 가능하도록 한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라는 것과 새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임이 알려지자 상가 건물주 '갑의 횡포' 문제가 이슈화된 것이다.
새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십성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새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씨도 언론을 통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서울지역의 경우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3억원 이하일 경우에만 계약갱신청구권 보장(최장 5년) 및 보증금 인상 상한(9%) 등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지역 주요 상권 중에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는 1/4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됐지만, 2001년 해당 법안이 제정된 이후 이 같은 문제들이 전혀 보완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임차상인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는 이 치명적인 독소조항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안이 2001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되기 직전 당시 한나라당 법사위 김용균 의원 등이 국회 회기 종료를 바로 앞두고 집요하게 주창하는 바람에 기습적으로 삽입된 것이다.
그날 그들의 잘못된 행동이 법 제정이후 12년 동안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현행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한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건물주보다 더 지탄받을 이유는 없다. 해당 건물주는 매입한 건물 내 다른 가게와도 법원 조정을 통해 계약해지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현행법 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서 현행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새 상가 건물주의 책임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생과 경제민주화,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시대적·사회적 책임은 엄연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향력이 큰 건물주들일수록 시대적·사회적 책임을 더욱 무겁게 생각했어야 했다. 즉, 유명연예인 새 건물주가 영업을 시작한 지 2년도 안된 임차상인을 쫓아내고, 그것도 그 임차상인이 성업 중이던 '곱창 장사'를 그대로 하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도의적·사회적 책임이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