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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소 살리는 정책에 제재소 멍든다?

“직접생산증명 남발로 무자격 업체들 관급시장 흐린다”
업계, 서류요건 강화해야…중기청, 손톱 밑 가시 뽑아야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을 통해 건전한 시장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중소기업 직접생산 확인제도’가 오히려 제재업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직접생산 증명을 받을 수 있는 설비 및 서류 요건이 지나치게 간소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저히 제재목을 생산하기 힘든 업체들에게까지 증명이 남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증명서를 근거로 이들이 정부 조달시장에 뛰어들어 저가로 낙찰받은 다음 이를 다시 재하청 주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직접생산 증명 승인 요건을 강화하고 실사원들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실사원들의 권한 강화 부분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는 사이 제재업계와 직접생산 실사를 담당하고 있는 목재공업협동조합 사이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각재와 판재는 현실적으로 대차와 테이블이 있어야 직접생산이 가능한 품목인데, 목재조합에서 실사를 하면서 몰다와 절단기 밖에 없는 데크재 생산업체에까지 각재 및 판재 직접생산 증명까지 무분별하게 내주고 있다”면서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목재조합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방조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조합은 현재의 직접생산 증명 자격요건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다. 또 이를 개선키 위해 중소기업청에 자격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목재조합 이승삼 전무는 “현행 제도에 맞게 서류 및 설비요건을 갖추고 있는 업체에 대해 직접생산 증빙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며 “때문에 조합에서도 매입세금계산서의 금액과 기간을 늘리는 방향의 제도개선을 중기청에 요구했지만,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뽑기’ 정책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힘든 분위기다”고 전했다.


이 전무는 이에 대해 “현재 서류요건 중 매입세금계산서 부분이 금액에 상관없이 1회로 돼 있기 때문에 심하게는 30~40만원 짜리 매입세금계산서 한 장으로도 서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최소한 1000만원 이상 3개월 실적으로 강화하면 제재산업의 특성에 부합한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제도를 관할하고 있는 중기청 공공구매제도과는 제도강화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위반업체에 대한 제보가 있을 경우 보다 강력한 대처로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구매제도과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하면 신규업체의 진입이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현정부의 입장이다”며 “하지만 사후관리는 더욱 철저히 하기 위해서 1년에 500개 이상 업체를 점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 위반 업체에 대한 제보가 있을 때에는 더욱 철저히 점검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실사원의 권한강화에 대해서도 “실태조사원 대부분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관적 판단도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객관적 판단기준을 넘어선 과도한 권한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