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7일 조세피난처 9차 명단을 발표했다.
대상은 모두 4명이다. 효성그룹 계열사 '더 클래스 효성'의 2대 주주인 김재훈 씨, 배전갑 전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남용아 씨, 그리고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 등 4인이다.
9차 명단 관련 내용은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인물에 대해 시민들이 제보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먼저 뉴스타파에 따르면 '더 클래스 효성' 2대 주주인 김재훈 씨는 2007년 10월 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 디베스트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설립 중개업체는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이다.
김 씨는 2007년 10월 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후 두 달 뒤인 2007년 12월 27일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 클래스 효성'의 2대 주주가 됐다. 김 씨가 유일한 이사로 있는 디베스트 파트너스라는 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3억 원을 납부하고 더 클래스 효성의 지분 31.54%를 취득했다.
현재 더 클래스 효성은 ㈜효성이 58.02%, ㈜디베스트 파트너스가 31.54%,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이 각각 3.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 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 중개업체는 프라이비트 뱅크로 유명한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이었다.
실제 김 씨는 해외사업을 위해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 컴퍼니 명의에 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운영했다고 밝혔지만, 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로 자금을 들어온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뉴스타파는 디베스트 파트너스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분참여를 해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디베스트 파트너스는 더 클래스 효성의 우선주 31.45%를 취득하면서 상환을 요구할 경우 2개월 이내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뉴스타파는 특히 당시 시중 대출금리보다 높은 9%의 높은 이자까지 받을 수 있게 계약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당시 더 클래스 효성의 재무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 조건은 특혜로 볼 수 있다는 게 관련 회계사들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효성 측과 김 씨는 국내 한 법무법인의 의해 적법하게 진행된 투자였으며, 당시 벤처 투자 관행으로 볼 때 특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베스트 파트너스를 취재한 결과, 실제 사무실도 없고 정직원도 없는 사실상 서류상의 회사라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투자 목적으로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별도의 직원을 둘 필요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다만,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효성 측은 "김 씨가 만든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와 더 클래스 효성의 투자 과정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과 배전갑 전 대림코퍼레이션 사장, 남용아 씨가 설립한 유령회사는 켐빌트 인터내셔널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해 있으며 2003년 9월 30일 만들어졌다.
등기 이사는 김병진, 남용아, 배전갑 등 3인으로 주주도 이와 동일하다. 유령회사 설립 중개업체는 UBS AG 싱가포르 법인이다.
김 씨는 대림산업 회장과 대림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지냈고, 배 씨는 대림엔지니어링 상무와 대림코페레이션 사장, 서울은행 부행장을 지낸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뉴스타파는 이들은 대림에서 퇴직한 이후 2001년 벤처기업 컨스트넷을 운영하면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고 밝혔다. 남 씨는 컨스트넷의 감사를 맡았다.
이에 대해 배 씨는 "200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사업을 하면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지만, 이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 이상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지 않았다"면서 "탈세 등의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