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CJ그룹은 8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회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 "현재 이 회장은 샤르코-마리-투스(유전병)와 만성신부전증, 고혈압 및 고지혈증 등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밝혔다.
CJ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르코-마리-투스(CMT)병은 신경 근육계 질환으로 손과 발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되어 힘이 없어져 결국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지는 유전질환으로, 이 회장은 CMT병으로 인해 병역을 면제 받았고 현재 특수 신발 등 보조기구를 통해 보행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검찰 출두 때 이 회장의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삼성가의 유전병으로도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는 10만 명 당 36명에게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차 약해져 정상보행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8년 발병한 만성신부전증으로 이 회장은 지난 해 말부터 신장기능이 정상의 10% 수준까지 떨어져 '정상기능의 15% 이하'를 의미하는 5단계(말기)에 진입해 신장이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요독증'을 보이고 있다.
CJ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CMT병 등 복합증세로 인해 투석요법을 받을 수 없어 신장이식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신장이식을 위해 가족들 중 신장 공여자로 누가 적합한지 검사를 진행, 아들 선호 군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를 나왔지만 수술을 미뤄오다 검찰 수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해 8월 가족을 대상으로 신장이식 적합도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들 선호 군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확인 돼 지난 5월부터 수술날짜를 조율 중이다.
이 회장은 또 1994년 처음 고혈압을 진단을 받은 뒤 1997년 9월 뇌경색이 발생,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현재 약물 등으로 고혈압 치료를 진행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이 회장의 건강문제에 대해 굳이 알리지 않은 건 개인의 사생활 문제 뿐 아니라 그룹 최고 CEO의 건강 문제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기업 경영이나 주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하지만 최근 이 회장 건겅과 관련 여러가지 추측과 악성 댓글 등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인터넷 등에 유포되고 있어 고심 끝에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단 검찰 조사를 충실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석신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30대부터 앓아온 신부전증이 현재 말기여서 이식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며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 회장의 신장 상태가 이번 검찰 수사로 갑자기 악화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