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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몽구 회장 위한' 영장도 없는 막무가내 검문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31일 서울 등 15곳에서 2000여명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불법을 규탄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풍선을 불고, 종이꽃을 찢고, '내가 정몽구 회장에게 화가 나는 이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재벌의 반칙과 불법을 토로하던 희망버스 참여자에게 울산 경찰청은 '검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울산 톨게이트는 희망버스에 대한 검문으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경찰들은 검문을 위해 차를 세우고, 뒤에 차량이 밀리건 말건 검문을 벌였다. 영장도 제시하지 않았으면서 검문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촬영하고, 참가자들의 동의없이 차량 트렁크를 여는 안하무인적인 행태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격분했다. 울산에 다른 용무차 방문한 시민들까지도 공분했다.

왜 희망버스를 검문했는가. 희망버스는 불법파견 10년, 노동자 집단폭행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몽구 회장을 처벌할 것을 수차례에 걸쳐 요구해왔다. 희망버스가 지은 죄라면 이제껏 본인들의 불법과 반칙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정몽구 회장과 재벌의 범죄 사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낸 죄밖에 없다. '반칙을 넘고, 불법을 꺾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인간 띠잇기', '희망의 노래', '우리가 꽃이다' 등의 퍼포먼스와 선전전으로 정몽구라는 거대 재벌을 조롱하고 규탄하기로 한 것이 죄라면 죄다.

그렇다면 검찰과 경찰은 파견법 위반, 집단 폭행, 부당노동행위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정몽구 회장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탄압을 벌이는가. 정몽구 회장의 불법파견에 대한 조사는 '조사인력이 적어' 하지 못한다면서 희망버스를 탄압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이번 희망버스의 출발과 방식에 관한 모든 책임이 정몽구 회장과 현대자동차에 있음을 밝힌바 있다. 정몽구 회장의 불법행위와 반칙들이 시정됐다면, 정몽구 회장이 처벌받았다면 울산으로 희망버스가 갈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주말을 반납한 채 희망버스에 오르는 이유는 정몽구라는 재벌의 전횡과 반칙에 분노하고, 비정규노동자들의 고통에 공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