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우리는 노동정책 실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곪을 대로 곪아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노동의 문제는 산적한데, 노동에 대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노골적으로 노동을 짓밟고 있다.
그 생생한 증거가 바로 쌍용자동차 문제다. '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던 그 '약속'이 법인세를 통해 '갑'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둔갑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GM한국 사장의 통상임금 민원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면전에서 약속하지만 노동자들의 처절한 민원은 문전박대가 일상인 시대다. 박근혜 정부에 노동정책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쌍용차 문제는 대선 전부터 '약속'됐었다. 아무리 대선 전 공약이라지만 '약속'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이지 않는가.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권 여당의 책임과 신뢰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과 민생 체감 인식이 가히 바닥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같이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할 수 있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목숨이 24명이다.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철저하게 짓밟았던 2009년 쌍용차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박근혜 정부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1월4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쌍용차 공장 방문에서 국정조사 무용론을 폈다. 이는 대선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4일과 11일 새누리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김무성 총괄 선대본부장이 연이어 약속한 '대선이후 첫 번째 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그 이후 새누리당은 쌍용차 문제에 대해 어떠한 해법과 접근도 금한 채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같이 시간을 끌고 있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한 몫하고 있다. 중요한 노동현안과 민생현안에 대해 해법과 방법을 찾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쌍용차 문제는 해묵은 과제뿐만 아니라 조기에 해결해야하는 시급한 민생문제다. 지난해 9월 이뤄진 쌍용차 국회 청문회는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결국 여야가 국정조사를 내용적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약속했다. 따라서 현재 쌍용차 국정조사는 일정을 잡아 추진돼야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사태의 장기화를 막고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서도 국정조사는 미뤄질 이유가 없다. 쌍용차 국정조사가 난마처럼 얽힌 쌍용차 문제를 가지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회계조작과 강제적 정리해고, 나아가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 진압,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막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국정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나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폭력과 탄압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적대 정책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는 수많은 시민, 종교, 학생, 노동, 문화예술, 교수, 법률, 인권, 여성 등 다양한 이들의 바람과 요구이며 강력한 주문이다.
지난 10일부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한문 앞 집단 단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 지부장의 41일 단식과 영하의 추위에도 이어졌던 고압송전탑 3인의 171일간의 투쟁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간절한 몸부림이다. 갈등과 반목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이제는 대립과 적대감을 내려놓자고 하는 간곡한 주장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민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통합과 민생, 화합의 대상은 누구이며 우선순위는 어디가 되어야 하는가. "국민의 삶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 "어려운 국민이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언을 잊었는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단식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질적 여야합의와 대선시기 대국민 약속이었던 쌍용차 국정조사를 조기에 실시해 혼란과 반목을 끝내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조속히 복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는 사람이 죽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