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2일 '신흥시장 불안과 Country Risk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신흥시장 불안과 관련해 각국별 충격의 차별화에 주목하여 주요 30개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개별국의 '국가위험(Country Risk)'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신흥시장 불안의 주역으로 부각된 국가 중 상당수가 오히려 Country Risk 차원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동 연구소는 현 신흥시장 불안이 이른바 시스템 위기라기보다는 연준의 출구전략과 맞물린 국제 포트폴리오 자금의 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의 '금융시장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진단하는 한편, 향후 신흥시장 위기가 고조된다면 오히려 동유럽이나 중남미 지역의 취약성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흥시장 30개국 중 한국이 가장 안정적인 반면, 우크라이나가 가장 취약
연준의 출구전략 모색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 축소 가능성이 확산되며 신흥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외자 의존성이 크고 펀더멘털이 유약한 일부 신흥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장보형 경제연구실장은 "신흥시장 불안의 배후에 개별 신흥시장의 자체적인 취약성 문제가 내재해 있다"고 진단하며 "따라서 신흥시장 전반의 위기보다는 신흥시장 내부의 각국별 차별화에 주목할 필요가 크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신흥시장 불안을 계기로 주요 신흥시장의 Country Risk(국가위험)를 점검하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보고서는 Country Risk 분석과 관련해 주요 신흥시장 30개국을 대상으로 2012년 지표를 기준으로 경제리스크, 금융리스크, 정치리스크 등 3가지 틀 하에서 모두 6개 항목을 점검하고 있다.
여기서 지수화가 곤란한 1개 항목(이벤트 리스크) 외에 나머지 5개 항목의 리스크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Country Risk가 가장 낮고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중국, 나이지리아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Country Risk가 가장 높아 위기에 취약한 국가는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 헝가리, 터키, 모로코 등의 순이었다.
또 지역별로는 신흥 아시아 지역의 Country Risk가 전반적으로 낮은 반면, 남동유럽 국가들이 전체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중남미 지역도 일부 국가들이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동 연구소의 최윤영 연구원은 이에 대해 "Country Risk에서 안정적으로 평가된 국가들 역시 개별 리스크나 항목별로는 위험도가 큰 경우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최근 신흥시장 불안은 시스템 위기가 아니라 일종의 '금융시장 이벤트'로 평가
이번 분석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신흥시장 불안의 주역으로 부각되었던 국가 중 상당수가 오히려 Country Risk 차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실제로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Country Risk가 상당히 안정적인 데다 브라질이나 남아공도 그다지 위험도가 높지 않고, 터키 정도만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나아가 신흥시장 30개국의 주가, 금리, 통화가치 변동률(5월2일~8월31일 기준)을 지수화해 평균한 금융시장 실적을 각국의 Country Risk와 비교해 보더라도 오히려 미미하게나마 음(-)의 상관성이 확인됐다.
이런 맥락에서 장보형 실장은 "최근의 신흥시장 불안은 각국의 Country Risk나 글로벌 차원에서 공통의 시스템적인 충격에 기반한 이른바 '시스템 위기'로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한다.
물론 인도네시아 등에서 보듯이 각국의 정책 실기 등과 결부되어 일부 신흥시장에서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자산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장 실장은 이것이 "심각한 위기의 전조라기보다는 대체로 연준의 출구전략과 맞물려 국제 포트폴리오 자금의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금융시장 이벤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최근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재조정, 또 일부 과열 자산시장의 조정과 결부된 신흥시장 불안은 점차 완화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 하지만 향후 신흥시장 위기가 다시 고조된다면, 현 위기국들보다는 신흥시장 내 다른 취약국들이 새로운 표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윤영 연구원은 "신흥시장 위기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일부 취약국들의 향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보고서의 Country Risk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신흥시장 30개국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평가되며, 개별 항목별로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신흥시장 불안 과정에서 오히려 우리 경제의 상대적인 안정성과 면역력 제고에 따른 차별화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시스템 위기의 가능성이 제한적인 가운데 향후 전반적인 투자 신뢰도가 점차 향상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동안 국내 채권시장에 외자 유입이 많이 늘어난 만큼 국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일부 외국인 자금(특히 신흥시장 외환보유액)의 이탈 가능성이 상존한 데다, 최근 국내 수출이나 대내외 자금흐름에서 신흥시장 비중이 커진 만큼 對신흥시장 포지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