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검찰은 11일 수천억 원대 탈세를 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과 조석래 회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본사, 조석래 회장 자택과 관련 임원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50∼60여 명을 보내 그룹 회장실과 사장실, 회계 담당 부서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의 아들 3형제인 현준(45)·현문(44)·현상(42) 씨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장남 현준 씨는 효성의 섬유PG장ㆍ정보통신PG장ㆍ전략본부장(사장)을 맡고 있다. 삼남 현상 씨는 효성에서 산업자재PG장과 전략본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들이 경영 실적과 계열사 지분을 놓고 경쟁하며 그룹 후계구도를 잇고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미국 변호사인 차남 현문 씨는 지난 2월 중공업PG장(사장)에서 사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중소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 등의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았다. 검찰은 수사에 필요할 경우 조 회장 일가를 상대로 휴대전화·이메일 등 통신내역이나 입·출금 등 자금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추적도 병행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임의제출 형태로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 왔다.
효성 측은 회계 장부를 조작해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탈세와 분식회계 등 각종 위법 행위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앙지검은 지난 1일 국세청이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조 회장 일가와 효성의 세금 추징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대상에는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인인 고모 상무, ㈜효성이 포함됐다.
조 회장 등 효성 관계자 3명은 국세청 조사 당시 출국금지됐다.
세무조사 결과 효성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려고 이후 10여 년에 걸쳐 분식회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효성 측은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서 해소하는 형태로 회계장부를 조작했으며 분식 규모는 1조 원대로 추정된다.
또 효성그룹은 해외 현지법인 명의로 국내 은행에서 수천만 달러를 차입해 이를 1990년대 중반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했다.
그룹 측은 이 대여금을 매출채권으로 위장한 뒤 '회수불능' 처리하고 페이퍼컴퍼니에 숨겼다. 위장회사는 은닉 자금으로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해 양도차익을 챙겼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 주식을 타인 명의로 관리하는 등 10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도 사고 있다.
검찰은 효성 측이 일본·미국 등 해외 법인을 동원해 역외탈세와 국외재산도피, 위장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등을 저지른 의혹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효성그룹은 자산 규모가 11조가 넘는 재계 26위 기업이다.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 씨와 결혼했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효성그룹이 지난 정권과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되면 이 전 대통령 일가와 상당수 정치인들이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말까지 국세청에서 전달받은 세무자료와 압수물 분석에 비중을 두는 한편, 다음 주부터 효성그룹 임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정확한 탈세 경위와 규모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