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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탈세 의혹' 효성 금고지기 임원 소환조사…비자금 추적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효성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14일 조석래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고모(54) 상무를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2시쯤 그룹 지원본부 고 상무를 비롯해 효성그룹 재무ㆍ회계 담당 임직원 3~4명을 불러 탈세, 분식회계 등을 통한 차명재산 조성 경위와 규모 등에 관해 캐물었다.

검찰은 탈세·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가 총수 일가의 지시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경위와 지휘·보고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검찰은 2001년 이사로 승진한 뒤 약 12년 간 비서실ㆍ지원본부 등을 오가며 조 회장의 금고지기처럼 활동한 고 상무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고 상무는 효성 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과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고 상무 등을 밤늦게까지 조사하고서 일단 귀가시킨 뒤 추가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본부는 효성그룹 내 주요 경영 사항을 관장하는 핵심 부서다.

검찰은 또 차명 주식과 계좌를 통해 각종 금융거래를 반복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주식 거래와 입·출금 내역도 추적 중이다.

한편,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효성 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조석래 회장과 임원 자택 등 모두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50~60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고 상무에 자택도 포함했으며, 이 과정에서 효성그룹 내부 문서와 분식회계 방법, 내용 등이 담긴 고 상무의 USB메모리를 함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효성그룹과 조석래 회장 일가의 자택에서 압수한 내부 문서와 국세청 고발 자료, 은행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효성 측은 10여년 동안 회계 장부를 조작해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을 입자 이후 10여년 간 흑자를 축소 계상하는 형태로 1조 원대 분식회계를 해 법인세 수천억 원을 탈루한 의혹이 있다.

해외법인 명의로 거액을 빌려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한 뒤 회수불능 채권으로 처리해 부실을 털어내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거래에 쓴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주식을 타인 이름으로 관리하는 등 1000억 원 대 차명재산을 운용하며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증거 자료 확보를 위해 한국거래소에서 효성그룹의 주식 매매기록이 담긴 매매장을 입수하고 예탁결제원에서 주주명부를 확보키로 했다.

차명 의심 계좌와 관련해서는 그룹 측 거래가 많은 은행 2곳 등을 중심으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입·출금 거래 내역을 확보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 회장 일가와 고 상무 등 핵심 인물들의 금융거래 분석 자료도 요청했다.

검찰은 회장 일가가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차명 대출을 받은 의혹과 역외탈세, 국외재산도피, 위장계열사 내부거래 의혹도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