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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포커페이스 조재현, 박영규 쯤이야? 능글 능글 처세의 달인으로 탈바꿈

이 확 달라졌다. 대쪽 학관 정도전, 거침없이 직언을 퍼붓던 정도전은 사라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다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능구렁이 같은 정도전으로 다시 태어난 것. 이인임, 박영규에게 맞서기 위해 ‘정치인’이 됐다.
 
지난 9일 방영된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 12회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정도전의 변신이었다. 이인임(박영규)과의 흥미로운 정치 수싸움이 예고된 가운데, 시청률은 전일보다 0.7% 상승, 13.6%(AGB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기준)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시청률 경신이다.

대쪽 학관으로 불의 앞에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굽히지 않던 정도전. 그가 백주대낮에 자신의 학당으로 쳐들어와 집기를 부숴버리도록 관원들을 동원한 염흥방(김민상) 앞에 굽실대며 자신의 처지를 봐달라고 사정하는 가하면 한 술 더 떠 염흥방에 탁주를 권하며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비분강개형 캐릭터에서 불의에도 고개를 숙이는 능구렁이 같은 처세의 달인이 된 정도전의 변신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확 달라졌다.

정도전을 다시 개경으로 부르자는 조카사위 하륜(이광기)의 제안에 염흥방을 시켜 세 차례나 정도전을 시험 해 본 이인임(박영규)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신 그의 태도에 태도에 놀라기는 마찬가지. 염흥방은 “고초를 많이 겪어 사람이 달라졌다”고 정도전에 대해 전하며 이인임을 안심시켰다. 이에 정도전을 자신의 처소로 부른 이인임.

그러나 오판이었다. 정도전은 지략에 융통성까지 갖춰 이인임에도 밀리지 않는 내공의 소유자가 돼 있었던 것. 직설화법이 아닌 간접화법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미소를 머금은 채 뼈있는 말로 상대를 자극하는 등 이인임에 맞설 수 있는 정치가로 다져진 모습이었다. “이 사람과 함께 합시다”라는 이인임에 말에 이를 악물다가도 표정을 바꿔 능구렁이처럼 제안을 피해 간 정도전. 종이품 벼슬을 주겠다는 이인임의 말에 “이거 기대를 잔뜩 하고 왔는데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대감. 세상을 바꿀 힘 정도는 주실 줄 알았는데. 고작 재상입니까”라고 했고, 원하는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난세를 종식시킬 힘이다. 헌데 고려가 이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해 감춰뒀던 발톱을 예리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내 정도전은 이인임을 향해 허허 실실 웃어 보였다. 앞서 지난 8일 방송에서 이성계(유동근)에게 “정치를 하려거든 웃으세요”라고 조언하던 이인임. 이인임이 정도전에 크게 한 방 먹은 셈이다. 조재현의 연기도 새삼 주목받았다. 가히 ‘포커페이스의 달인’이라 할 정도로 달라진 정도전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내는 조재현에 많은 시청자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

한편, 정도전의 ‘정계’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성계의 정치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이인임이 최대 위기에 봉착할 조짐이다. 사신을 돌려보낸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대신 고려에 대한 불신을 해결할 인물을 사신으로 보내자며 이인임을 추천한 이성계. 원나라 화친을 주장해온 친원파 이인임을 명나라에 보내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는 이성계다. 이어지는 예고편에서 이성계는 최영(서인석) 장군에게 “이인임을 쳐야합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방송직후 이번 주 방영될 ‘정도전’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등 드라마 ‘정도전’에 대한 관심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이인임의 퇴출(?), 정도전의 정계복귀, 이방원의 등장 등 극중 흐름을 바꿔놓을 굵직한 사건들이 터질 것이라는 게 상당수 시청자들의 예상이다.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13회는 오는 15일 밤 9시40분 KBS 1TV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