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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경험 朴대통령-메르켈, '통일대박' 통했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연방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연방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신지홍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26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은 '통일대박'에 공감대 속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뒤 한 기자회견에서 '통일 선배'로서 "한반도에서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고, 박 대통령은 "독일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라고 화답했다.

통일을 경험한 정상과 통일을 준비하는 정상이 만난 회담에서는 '한반도 통일 대박' 구상을 지원하기 위한 비교적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사회·경제통합 및 국제협력 등 분야별 다면적 통일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독일의 통합 경험 공유 ▲기존 한독 통일 자문위 활동 내실화 ▲양국 재무당국 간 및 경제정책연구기관 간 협력네트워크 구성으로 독일의 경제통합 및 통일 재원 조달문제 체계적 연구 등이다.

박 대통령도 회담을 통해 '통일대박' 구상 실현에 종전 보다 자신감을 가진듯하다. 그간 '통일 대박'이라는 구호가 강렬했지 실행계획이 없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었으나, 이번에 통독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통일 대박론의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50년 전과 비교를 해보면 참 많이 발전을 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독일을 방문하게돼 감개무량하다"며 "통일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 한국의 비전을 세워보고 독일 통일의 경험·지식 등을 참고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뜻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감안해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행운이자 대박"이라며 "저 역시 (대박이) 통일의 산물이라고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메르켈 총리는 "통일이 되면 경제지원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독일 경우는 TV도 볼수 있었고 서로의 삶에 조금더 가까웠다. 한반도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분야 협력에서는 특히 중소기업 분야 협력이 주 이슈였다. 박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했고, 독일이 강한 중소기업을 일컫는 '히든 챔피언'의 대표적 국가라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은 연구개발비를 국내총생산(GDP)의 4%를 지출하지만 독일은 3%에 만족하고 있다. 50년 전후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전기전자, 스마트폰 제품 등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있고 독일이 자극받고 있다. 한독 중소기업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연방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연방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50년전) 여기 오셔서 아우토반이나 제철소를 보면서 고속도로를 구상하고 제철소 산업 육성을 계획을 했다"며 "나는 독일의 가장 잘 갖춰진 산학연, 이 3각 협조체제와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강소기업 육성방안을 우리가 어떻게 경제에 접목시켜 그런 히든챔피언들을 많이 만들어낼지를 연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양국 중소중견기업 간 교류협력 확대를 위해 '한독 히든챔피언 포럼'이 개최된다. 또 한국 중견기업연합회와 독일 중소기업경제연합회 간 협력 양해각서(MOU) 등 관련 MOU가 체결된다.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양국간 협력도 주요 합의사항이다.

또 박 대통령의 방독을 계기로 양국간 코트라(KOTRA)와 독일 바이에른은행 및 작센 경제진흥공사가 투자확대를 위한 MOU가 체결되고, 한·독 산업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 및 행사가 5건이 체결됐다.

부산캠퍼스를 개교한 화학공학분야에 강점을 지닌 독일의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FAU)와 한국에 투자한 독일기업인 지멘스 등 24개 독일기업간 산학협력 프로그램 양해각서와 한·독 첨단 과학기술 공동협력 MOU 3건도 각각 체결됐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을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각국 기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질문하면 박 대통령이 대답하기도 전에 끼어들어 "몇가지 말씀드리겠다"거나, "마지막 질문 다시 정리해달라"고 사회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메르켈 총리가 박 대통령이 드는 가방을 자신의 참모를 불러 들고가게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