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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해지는 은행 직원 비리…당국 제재 강화>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김태종 기자 = 은행의 도덕 불감증이 '도(度)'를 넘고 있다. 고객의 돈을 맡아 보관하는 은행에서 잇단 부실 대출이 드러나는가 하면 직원이 직간접적으로 횡령에 연루된 사고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은행 직원이 횡령하거나 다른 회사 횡령 사건에 연루돼 피해를 본 금액은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에서는 한 지점 직원이 수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고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9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신한은행에서는 한 직원이 1억원가량을 빼돌려 탕진했고, 기업은행에서는 직원이 시재금 유용과 횡령 등 1억5천만원 규모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

은행 직원들의 범죄 수법은 교묘해지고 대담해지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의 회삿돈 횡령 연루 사건은 은행 직원과 회삿돈을 횡령한 업체 공동 대표가 부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편인 공동 대표가 다른 공동 대표의 서명이 없이 위조된 법인 인감 등을 활용해 은행에서 돈을 찾아갔고 은행 직원인 아내는 이를 같이 공모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한 직원이 대담하게도 여러 차례에 걸쳐 한 달간 동안 1억원가량을 빼돌려 이를 탕진했다.

기업은행[024110] 직원은 은행이 고객에 돈을 지급하기 위해 지점 창고에 보관한 시재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또 다른 직원은 돈이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입금된 것처럼 꾸미고 실제 입금은 나중에 이뤄지는 무자원 선입금 거래를 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은 본점 직원들이 공모해 국민주택채권 등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수법으로 거액을 횡령했다.

여기에 은행 직원들은 부실 대출이나 각종 비리에도 연루되고 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5천억원대 부당 대출 혐의로 지난해 도쿄지점의 지점장 등이 구속됐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도 각각 600억원대, 100억원대의 부실 대출이 발견되기도 했다.

씨티은행 직원은 지난해 고객의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고, 일부 은행은 직원이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조회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자 금감원은 은행에 순환 근무제와 명령 휴가제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기적인 직원 보직 변경을 통해 각 부서의 비리나 부실 여부를 사전에 차단하고, 명령 휴가제를 통해 직원의 비리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명령 휴가제는 내부 감찰 과정에서 집중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원, 위험성이 있거나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은행에 대한 상시 감시 기능도 강화해 은행 직원들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적발시 중징계 등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